첫발을 내딛는 습관
귀찮은 일도 새로운 기분으로, ‘하루 30분’만 투자하라
‘시작한다’고 하면 뭔가 새로운 것을 해야만 한다고들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새로운 기분으로 하는 것 역시 의미 있는 ‘시작’이다. 누구에게나 전혀 내키지 않거나 귀찮은 일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일을 ‘하기 싫다’, ‘번거롭다’라고 생각하며 아무런 의욕도 열정도 없이 틀에 박힌 듯 하는 사람이 많다.
이때 ‘시작하는 습관’을 떠올려보라. 일단 손을 멈추고 5~6회 정도 심호흡한 뒤 ‘딱 30분만, 새로운 기분으로 해보자’라고 마음을 고쳐먹기를 권하고 싶다. 필자 역시 외래 진료를 보는 상황에서 ‘앞으로 몇 명이나 남았지’, ‘언제쯤 끝날까’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일하면 오히려 시간이 더디 흐르고 업무가 빨리 끝나지 않는다. 집중력이 떨어져서 평소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내키지 않고 귀찮은 일일수록 ‘딱 30분만, 새로운 기분으로’ 몰두해야 한다. 그러면 처음엔 30분 동안 집중하게 되다가, 차츰 길어져서 60분, 90분씩 하는 식으로 긴 시간 동안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날마다 별생각 없이 하던 일을 새로운 기분으로 하면 어떨지 생각해보라. 일상적으로 해오던 일도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대하면 하루하루 삶이 충실해지고 만족도가 높아진다.
다른 분야의 기술을 배워라
최근 들어 ‘리스킬링(reskilling)’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는 ‘새로운 분야의 새로운 기술을 습득한다’라는 의미로, 기업의 틀을 넘어 국가적 차원에서 장려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자율 신경 전문가로서 필자 또한 이 개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뭔가를 새롭게 배우면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열정이 샘솟는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적극적으로 뭔가를 배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해보라. 확실히 전자가 긍정적이며 활력이 넘친다. 긍정적인 마음과 태도를 가진 사람은 몸 상태가 점점 좋아지고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게 된다. 충만한 일상을 보내면 수면의 질이 좋아지고,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기분도 상쾌해진다. 그야말로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특별히 새롭게 배우는 것이 없는 사람은 뭔가를 열정적으로 배워보기를 권한다. 배우려 하지 않는 사람은 현재의 상태에 만족하는 것이다. 그 순간, 노화는 시작된다. ‘나는 배우고 싶은 게 없다’, ‘무얼 배워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사람도 있다. 부담감을 떨쳐내고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생각해보자. ‘배움’이 반드시 직업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괜찮다. 조금이라도 관심과 흥미가 있다면 무엇을 배우든 상관없다.
TV에서 농구 국가 대항전을 보고 관심이 생겼다면 농구를 배워보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평소 대하드라마를 즐겨 시청한다면 역사 공부를 시작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의욕과 열정이 넘쳐나서 뭔가를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뭔가를 열심히 배우다 보면 의욕이 생기고 열정이 샘솟는다. 그러니 고민을 떨쳐버리고, 일단 뭔가를 배워보자.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날마다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이다.
3일마다 작심삼일하라
“뭔가를 시작하기는 하는데, 계속하지는 못해요.” 때때로 고민을 털어놓으며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필자는 그에게 주저 없이 “당연한 일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위로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실을 말하는 것일 뿐이다. 한번 시작한 일을 쉬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 사람은 지속하는 능력 자체가 매우 뛰어난 유형에 속한다. 반면, 필자를 포함한 보통 사람은 모두 의욕적으로 시작한 일이 작심삼일로 끝나기 쉽다. 뭔가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칭찬할 만하다. 그러지 못했다고 지나치게 자책하거나 고민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자책하는 행위 자체가 자율 신경을 어지럽혀 컨디션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더욱 나쁜 것은 계속하지 못했다는 부정적인 기억으로 인해 다음에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무슨 일인가를 새롭게 시작했는데, 계속하지 못했다? 그래도 괜찮다.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던 일을 중간에 그만두었다? 그것도 괜찮다. ‘이건 나에게 맞지 않는군. 그렇다면 이제 다른 일을 해볼까’ 하고 생각하면 된다. ‘시작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중간에 멈춘다고 해서 큰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멈춰야 할 땐 멈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멈춘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면 된다.
다이어트, 공부, 산책, 일기, 영어 회화 등 처음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했으나 어느 시점에 그만둔 일이 누구에게나 적어도 한두 가지는 있을 것이다. 의욕이 생긴다면 다시 시작해보라. 동영상 사이트에서 관련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도 좋고 서점에서 책을 훑어보는 것도 좋다. 다시 강조하는데, 한번 시작한 일을 계속하지 못하는 것은 정상이다. 그러니 ‘시작하기’를 멈추지 말라.
삶을 지혜롭게 꾸려가는 습관
‘페이스메이커 일’을 활용해 능률을 높여라
일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온종일 자료를 작성해야 할 때도 있고, 끝도 없이 미팅만 해야 할 때도 있다. 고객이나 거래처에 계획안을 제시하기도 하고, 연수를 받거나, 반대로 연수에 강사로 초대받기도 한다. 이 많은 일 중에서 ‘페이스메이커(pacemaker)가 되는 일’을 정해두면 도움이 된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업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일을 하면 왠지 마음이 안정되는 것 같고, 기분이 전환되거나 집중력이 회복되는 듯한 일이 있다. 그런 일을 페이스메이커로 삼고 일정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필자는 환자를 진찰하고, 연구하고, 논문을 쓴다. 또 TV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고, 강연도 한다. 책을 집필하고, 회의에도 자주 참석한다. 이 중에는 즐거움을 주는 일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일도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강연을 좋아한다. 필자가 강연을 페이스메이커 일로 삼은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페이스메이커 일이란 ‘설레는 일’과 비슷하다. 그러나 똑같지는 않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중요한 일의 진행 속도와 몸 상태, 기분 상태를 적절히 조절하도록 돕는 일이라는 의미라고 할까. 강연하려면 청중의 숫자와 특성을 고려해 주제와 내용, 구성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강연 날짜에 맞춰 건강 및 감정 관리도 필수적이다. 그 일련의 과정을 통해 컨디션이 회복된다. 당신의 일정에 페이스메이커를 지혜롭게 포함하라. 이로써 일의 흐름이 원활해지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집착하지 말라
사람들은 뭔가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점은 뭘까? ‘자기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아닌가’를 냉철하게 판단하는 일이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해도 자기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고민할 필요조차 없다. 단번에 기분이 좋아지지는 않겠지만,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문제다’라고 소리 내어 말해보라. 이 행위만으로도 어느 정도 기분이 나아질 것이다.
또 하나, 만회해보려고 지나치게 노력하지는 말라. 특히 대인 관계 문제에서는 만회해보겠다고 한 행동이 오히려 상황을 더 나빠지게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정말 사과해야 할 일이라면 해야겠지만,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것도 실생활에서는 나쁘지 않은 방법일 때가 많다. 우리는 압박감에 짓눌려 자꾸 뭔가를 하려고 한다. 그러나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일 때도 있는 법이다.
필자는 만화를 좋아해서 자주 읽는데, 《빅 코믹 오리지널》(일본의 만화 잡지)에 히미코(일본 고대 야마타이국의 여왕)의 이야기가 연재된 적이 있다. 이 만화에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가 나온다. 어떤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찬성파와 반대파의 의견이 서로 부딪친다. 그러자 히미코는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결정을 잠시 보류한 채 두 파의 사람들과 다른 의견을 말하는 제삼자의 등장을 기다린다. 그래야 어느 쪽이 진짜인지 판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상황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일 또한 중요한 결단임을 이 만화는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준다. 만회할 수 없는 일을 만회하려 애쓰지 말라.
마음을 다스리는 습관
흐름을 통제하려 하지 말고 맡겨라
살다 보면 ‘흐름이 좋다’고 느낄 때가 있다. 일이 순조롭게 풀리고, 뜻밖의 만남으로 시야가 넓어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생각지도 못한 돈이 들어오거나, 즐거운 일이 차례로 일어날 때도 있다. 반면, 흐름이 나쁠 때도 있다. 인간관계에 뭔가 문제가 생기고, 아무리 노력하며 일해도 성과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건강도 좋지 않다. 이 ‘흐름’을 의도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 흐름을 다른 말로 하면 ‘운(運)’이다. 매우 중요한 일이 사소한 운에 의해 결정되는 일은 역사의 현장에서도 셀 수 없이 많은 사례를 찾을 수 있다.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흐름에 흔들려서 균형감각을 잃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이 장에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누구든지 흐름이 좋을 때는 나쁘지 않은 컨디션으로 순조롭게 일하며 생활한다. 그러나 그 흐름이 끝나면 번아웃이 오거나 정신적으로 힘들어져서 우울증을 겪는 사람도 있다. 흐름이 나쁠 때는 몸도 좋지 않다. 그럴 때일수록 흐름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흐름은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한다. 당신이 흐름 자체를 통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방법을 알면 흐름이 좋을 때든 나쁠 때든 균형감각을 유지하며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다.
일희일비하거나 성취감에 도취하지 말라
많은 사람이 인생에서 성취감을 중시한다. 뭔가를 이루어내는 경험은 사람을 성장하게 할 뿐 아니라 자신감의 원천이 된다. 그러나 자율 신경의 관점에서 보면 성취감에 도취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바꿔 말하면, 뭔가를 이뤄냈다고 해도 그것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담담히 일상생활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오해하지는 말자. 어떤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히 의미 있는 행위다. 뭔가 큰 프로젝트를 맡은 사람은 그 일을 성공적으로 끝내는 것을 목표로 삼음으로써 열정을 끌어낸다. 자격증 취득이나 실적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도 있다. 이 또한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맞닥뜨리는 문제점은 목표를 달성했을 때 결정적인 전환점이 찾아오리라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 결과, 쉽게 번아웃 증후군에 빠지곤 한다.
자율 신경이 안정되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즐겁게 생활하고자 한다면 날마다 유쾌한 기분으로 지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뭔가 커다란 전환점을 맞는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흐름이 나빠지기 쉽다. 자칫 이제까지의 좋은 흐름을 멈추게 하거나 나빠지게 할 위험성이 있다. 필자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섣달그믐과 설날에도 병원에서 근무한다. 전환점을 만들지 않고 평소와 다름없이 담담한 일상을 지속하기 위해서다. 모두가 필자처럼 살 필요는 없다. 그러나 목표를 달성하고 전환점을 맞이한 뒤에도 곧바로 다음 행동을 계속하는 습관은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흐름을 멈추지 않고 자율 신경을 안정시키는 방법이다.
흐름이 나쁠 때일수록 자신에게 주목하라
누구나 흐름이 나쁜 때일수록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이 사람은 상사와 사이가 좋은 것 같다’, ‘저 사람은 실력도 없어 보이는데, 상사의 비위를 잘 맞춰서 출세한 거 아닌가’, ‘학창 시절 친구들이 다니는 직장은 내가 일하는 곳과 다르게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 ‘저 사람은 집이 부자라서 쉽게 직장을 그만둘 수 있다’, ‘나는 아이를 키우고 부모를 돌보며 일하는데, 저 사람은 자기 혼자만 책임지면 그만이다’ 등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흐름이 나쁠 때 주위를 둘러봐봤자 기분만 나빠지고 컨디션만 저하될 뿐 좋을 게 없다. 주위를 둘러보아서 자기 처지가 그들의 상황처럼 바뀔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저 사람은 여건이 괜찮은데, 자신은 아니라는 생각에 우울감만 커질 뿐이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의식하니 마음만 혼란스러워진다.
필자는 자율 신경을 어지럽히지 않는 기본적인 태도로 ‘기대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자주 얘기한다. 이 세상에서 이유 없이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 자기 앞날은 자신이 헤쳐 나가는 수밖에 없는데, 흐름이 나쁠 때는 하늘도 도와주지 않는 것처럼 느끼기 쉽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원망하거나 부러워하면 상황이 달라질까? 그럴 리가 없다. 흐름이 나쁠 때일수록 자신에게 주목해야 한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얘기다.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 물을 한 잔 마시고, 1분 정도 심호흡하고, 산책하며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 다음 영양가 있는 아침밥을 챙겨 먹고, 몸과 마음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리듬감을 살리며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사람이 가장 강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차분히 해나가자. 흐름에 휘둘리지 않는 비법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대기 타석’에서 실력을 쌓아라
사람마다 인생이 그토록 다른 이유는 뭘까? 그것은 ‘불행한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가’에 달렸다. 흐름이 좋을 때는 겸손한 태도와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자신에게 다가온 흐름을 타면 된다. 이럴 때는 서로 큰 차이 없이 좋은 시기를 보낼 수 있다. 이 시기에는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간다. 문제는 흐름이 나쁜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가다. 차이는 이런 상황에서 만들어진다. 비록 지금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언젠가 다시 좋은 흐름이 찾아올 텐데, 그때 당신은 자연스럽게 그 좋은 흐름을 탈 수 있는 상태로 준비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흐름이 나쁜 시기는 야구의 대기 타석(현재 타석에 있는 타자의 다음 타자가 대기하는 곳-옮긴이)에 있는 상황과 비슷하다. 대기 타석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조만간 정식으로 타석에 설 때를 대비해 몸과 마음의 평형 상태를 유지하고, 가벼운 운동이나 전신 스트레칭 등으로 근육을 이완해주어야 한다. 자신이 가진 기술을 좀 더 향상하는 방향으로 노력해도 좋고, 다른 주제나 과제를 찾아 도전해도 좋다. 그 과정에 새로운 모임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며 인간관계의 폭을 넓힐 수도 있다. 자신을 둘러싼 흐름이 나쁘다고 푸념만 늘어놓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자기 ‘타석’이 돌아왔을 때 좋은 기량을 발휘할 수 없다.
영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강의 시간에 독일인 교수님이 이런 말을 했다. “결과는 아무도 빼앗을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결과란 다른 사람의 평가가 아니다. 그러면 뭘까? 부단한 노력으로 차곡차곡 쌓아 올려서 체화한 것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내공’인 셈인데, 자기 안에 내공으로 쌓인 것은 절대 사라지지도 않고 누군가가 훔치거나 빼앗을 수도 없다. 실력을 쌓았다고 해서 그것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시기가 곧바로 찾아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신이 쌓아둔 것은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 흐름이 자기에게 왔을 때, 바로 그때 그 힘을 발휘하면 된다.
날마다 자신을 바꾸는 습관
단념하고 결단하라
마음의 평형 상태와 좋은 기분을 유지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무엇이 다를까? ‘단념’과 ‘결단’에서 차이가 난다. 한때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밀리언셀러 대열에 합류하며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이 책은 내용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제목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미움받아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단념’하고 ‘결단’하면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고민과 스트레스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단념’과 ‘결단’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간단한 대처법을 익혀두거나 자기만의 규칙이나 기준을 정해두어야 하는 것은 그래서다.
당신은 앞으로 어떤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은가? 어떤 사람을 중시하고, 어떤 사람과 거리를 두고 싶은가? 이런 질문에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만약 있다면, 그는 이미 단념과 결단의 달인이라고 보아도 좋지 않을까. 독자 여러분도 이 기회에 단념과 결단에 대해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앞으로 어떤 사람과 가깝게 지내고, 어떤 사람과 거리를 두어야 할까. 지금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가장 주목하는지 등 ‘자신을 이해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정확하고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일은 좋은 기분과 흐름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귀찮은 일일수록 천천히, 꼼꼼하게 마무리하라
누구에게나 귀찮고 하기 싫은 일이 있기 마련이다. 평소에는 그렇지 않은데, 유독 아무것도 하기 싫고 도무지 마음이 내키지 않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일을 안 할 수도 없다. 이럴 때 대개는 ‘얼른 해치워버리자’라고 생각한다. 이는 좋은 생각이 아니다. 귀찮으니까 서둘러 일을 끝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그런 마음으로 일하다 보면 일 처리가 엉성해지기 마련이다. ‘끝내고 싶다’, ‘빨리 벗어나고 싶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순간, 교감 신경은 지나치게 활성화한다. 그 결과, 실수는 늘어나고 감정 조절은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안절부절못하는 상태로 작업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의욕만 앞세워 일을 끝내다 보면 순간적으로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자율 신경이 흐트러졌기에 급격히 피로가 몰려온다. 이렇게 되면 남은 작업에 나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의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귀찮고 사소해 보이는 작업일수록 천천히, 꼼꼼하게 끝내야 한다. ‘시간이 아깝다’라는 생각을 버리고 마음을 비운 채 일해야 한다. 평소 30분 정도 걸리는 작업을 한 시간 이상 걸려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일해보면 어떨까? 그러면 집중력이 향상되고 자율 신경이 안정되어 부정적인 감정도 사라진다. 오히려 잡생각을 하지 않게 되고 담담하게 일에 몰두할 수 있다. 귀찮은 일일수록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버려라. 오늘부터 당장 실천에 옮겨라.
‘고맙다’는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어라
인간이 살면서 평균적으로 하는 고민의 90퍼센트 정도는 인간관계에 대한 것이다. 어떤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스트레스 강도는 크게 달라진다. 당연하게도 자율 신경 역시 인간관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 책을 빌려서 고백하건대, 필자는 스트레스와 자율 신경 관리를 위해 제대로 감사 인사하지 않는 사람과는 의식적으로 거리를 둔다.
누군가에게 뭔가를 해주었는데 ‘고맙다’라는 말 한마디가 돌아오지 않으면 기분이 개운하지 않다. 이에 공감하는 독자도 많을 것이다. 애초에 감사의 말을 듣고 싶어서 한 일은 아니지만, 상대방이 ‘고맙다’라는 말 한마디를 하지 않으면 기분이 안 좋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대놓고 불평할 수도 없고, 뒤에서 험담하거나 푸념해봤자 기분만 더 나빠지니 결국 자기 손해다. 객관적으로 인간관계를 판단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고맙다’라는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어라. 물리적으로 거리를 둘 수 있다면 그렇게 하라. 그것이 힘들 때는 정신적으로라도 거리를 두어라. 그러면 다음에 또 뭔가를 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더라도 ‘고맙다’는 말을 바라지 않게 된다. 정신적으로 거리를 두는 방법은 생각보다 효과가 크다. 기대 자체를 하지 않게 될 뿐 아니라 상대방을 바꾸려는 생각도 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나쁜 감정을 품고 불평이나 푸념을 늘어놓고 험담하느라 시간 낭비할 필요도 없다. 그저 단순히 거리를 두는 것이다. 감사 인사할 줄 모르는 사람과 거리를 두는 것은 필자의 경우다. 독자 여러분은 각자 어떤 이유로 어떤 사람과 어떻게 거리를 둘지 생각해보고 정해두길 권하고 싶다.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습관
자율 신경의 긴장을 풀어주는 방향으로 생활하라
‘자기 자신’은 자율 신경을 안정시키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키워드다. ‘자신’과 ‘다른 사람’은 다르다.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영역을 지키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직장이든 그 밖의 커뮤니티든 모두 똑같은 일을 하는데, 자기만 하지 않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모두 회식에 참석하는데, 자기만 빠지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모두 사내 메신저에서 상사의 말에 반응을 보이는데, 자기만 무시하기는 어렵다. 이렇듯 남의 눈치를 보며 말하고 행동하는 상황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렇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선 안 된다’라는 정답이나 오답은 없다. 다만 그 의사 결정의 결과로 ‘얼마나 자율 신경 균형이 깨지지 않는가’가 중요할 따름이다.
사내 채팅방에서 일어나는 대화에 일일이 반응하기 싫다면 거기에 맞는 자기 방식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자기만 반응하지 않는 것이 신경 쓰인다면 독자적인 원칙을 세우고 대처법을 마련해야 한다. 현대 사회는 개인의 시대, 다양화의 시대, 다양성과 포용의 시대다. 동시에 SNS 등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도구의 발달로 다른 이들은 무엇을 하면서 사는지 지나치게 신경 쓰는 시대이기도 하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생활해야 하고, 일해야 하고, 소통해야 할까? 자율 신경을 흩뜨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방식’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라.
다른 사람의 평가에 흔들리지 말라
누군가에게 좋은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고, 안 좋은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쁘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필자는 ‘좋은 말을 듣든 안 좋은 말을 듣든 그 사람의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것이 자율 신경을 흩뜨리지 않는 생활 방식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필자는 다른 사람의 평가에 흔들리지 말라고 조언한 바 있다. 다른 사람의 평가는 그때그때 달라지기 마련이다. 인간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필자도 다른 이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며 살았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자율 신경을 연구하면서 다른 이들의 말에 신경 써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른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면 당연하게도 기분은 좋다. 그러나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누군가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해서 자기 인생이 바로 장밋빛으로 변하는가? 반대로, 누군가에게 안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해서 자기 인생이 급격히 나빠지는가? 사람들의 평가나 이런저런 말과 행동은 당신의 인생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설령 영향이 있다고 해도 자율 신경을 흩뜨리는 정도가 아닐까.
대중을 상대로 강연하고, 책을 출판하고, TV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다 보면 이런저런 사람이 별의별 말을 다 하는 것을 듣게 된다. 모두 그들 각자의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다. 그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자유다. 그것에 반응하지 않는 것은 당신의 자유다. 그러니 일일이 반응하고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누군가에게 안 좋은 평가를 받았을 때는 다음의 내용을 기억하자. ‘가치 없는 누군가의 개인적인 의견에 일일이 반응해서 자신의 자율 신경을 어지럽힐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을. 굳이 반응하고 싶다면, 당신을 기분 좋게 해주는 사람의 말에만 반응하면 된다.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생활 습관
현실에서 도피한다고 삶이 편안해지지 않음을 배워라
우리 인생은 하루하루가 수행이라는 얘기를 들려주자, 뜻밖의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말씀하신 대로, 고난이 닥쳤을 때 거기에 맞서는 사람은 수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죠. 그런데 거기에 맞서지 않고 도망치는 사람은 대체 뭔가요?” 인상적인 질문이었다. 고난에 맞서지 않고 도망치는 사람은 수행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주장인데, 곰곰이 생각해볼 만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또한 수행의 일종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한평생 살아가는 모습을 관찰해보면 도망쳤다고 해서 편하고 행복한 삶이 기다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도망친 사람은 잠시 편할지 몰라도 또 다른 수행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 쉽게 배신하는 사람, 자주 험담하는 사람, 툭하면 남 탓하는 사람에게도 저마다 그에 상응하는 수행의 시간이 닥쳐온다. 인생은 플러스마이너스 제로다. 도망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도 결국 나름대로 수행하는 셈이다. 필자는 성인군자도 아니고, 이 책은 좋은 인간으로 살기를 권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도 않다. 고난에 맞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도, 도망치기만 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도 저마다 나름의 수행을 하는 것으로 여긴다. 그중 어떤 수행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오롯이 자신에게 달렸다. 필자는 그저 의사로서 어떤 인생이든 플러스마이너스 제로, 죽을 때는 모두 평등하다고 느끼고 주장할 따름이다.
전력투구 하지 말고 60~70퍼센트의 힘만 쏟아라
모든 일에 전력을 다하면 과연 좋은 결과가 나올까? 그렇지 않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의문을 제기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한마디로, 적당히 힘을 뺄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살다 보면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즉 100퍼센트를 넘어 120퍼센트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순간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인생은 장기전이다. 흐름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그 과정을 모두 지나서 끝내 살아남아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비법이 대부분의 일을 60~70퍼센트 정도의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서 하라는 조언이다.
이는 충분히 오해를 낳을 수 있는 주장이라는 점도 잘 안다. 그럼에도 필자는 당신이 하는 일에 100퍼센트가 아닌 60~70퍼센트 정도만 열정과 에너지를 쏟으라고 권하고 싶다. 모든 일에 전력을 다하면 누구나 언젠가는 지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전력을 다했는데도 그에 대해 보상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진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당연히 뭔가를 기대하게 되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신경 쓰게 된다.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을 벗어난 일에 쓸데없이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이는 우리가 연약한 인간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은 전력을 기울이는 일이 과연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시간에 쫓기고, 직장이나 커뮤니티 내 인간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하는 그 일은 과연 당신이 인생을 다 바쳐서 해야 하는 일일까? 이 점을 냉정하고 차분하게 생각해보자. 우리의 인생행로에는 오히려 60~70퍼센트 정도의 힘만으로 하는 것이 적절한 경우도 많다.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적당히 힘을 빼면 자율 신경이 안정된다. 이로써 당신은 오히려 더 나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만일 당신이 날마다 ‘약간 힘들다’라고 느낀다면 지나치게 힘을 쏟고 있어서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대부분의 일을 60~70퍼센트 정도의 열정과 에너지만으로 하자. 이 점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찾기 쉬워진다.
몸과 마음을 끊임없이 움직여라
‘풍요로운 인생’이란 과연 무엇일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필자는 ‘언제나 설레는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뭔가를 이루거나 큰돈을 벌 때도 풍요로움을 느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없어도 날마다 설레는 기분으로 보낼 수 있다면 인생은 한층 풍요로워질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쉬지 않아야’ 한다.
쉬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 휴식을 취하지 않고 계속 일하라는 뜻은 아니다. 필자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몸과 마음을 꾸준히 움직이라는 의미다.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이 어떤 상황에 부닥쳐 있든 새로운 무언가에 관심을 두고 공부할 수 있다. 그 ‘감성의 안테나’를 쉼 없이 연마하는 태도가 바로 마음을 움직이고 쉬지 않는 것이다. 몸을 움직여서 밖으로 나가는 것도 좋다. 집에 틀어박혀 있으면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자극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는 ‘내 인생이 최고의 상태라면 오늘 무엇을 할까’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자주 던진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최고의 인생을 살기 위한 준비를 반쯤 마친 셈이라고 여긴다. 돈, 시간, 마음의 여유, 사람들과의 교류, 이 모든 것이 충족된 상태의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여행을 떠날 수도 있고, 친구를 초대해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할 수도 있다. 미술관에 가서 예술품을 감상할 수도 있고, 조상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성묘할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행동 스위치’를 켜보는 것도 권할 만하다. 최고의 인생을 상상하며 날마다 자신의 ‘행동 의욕’을 불러일으켜 보라. 이런 습관으로 인해 머지않아 당신은 자신이 ‘상상해온 바로 그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