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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 삶을 사랑할 것인가] 요약 (마이클 노턴 지음 / 부키, 2025)

by 이나이신기 2025. 5. 7.

어떻게 이 삶을 사랑할 것인가
마이클 노턴 지음 / 부키

1부 리추얼로 삶을 채우다

 

인생의 의미를 찾아서

나는 어렸을 때 일요일만 되면 가톨릭 신자였던 부모님과 목청 대결을 벌이며, 성 테레사 성당에 미사를 보러 가지 않겠다고 박박 우겼음에도 매번 뜻을 이루지 못했다. 내가 특히 싫었던 것은 설교가 아니라, 대본처럼 짜인 순서였다. 걸어 들어가서, 앉고, 일어서고, 성호를 긋고, 촛불을 켜고, 먹고, 마시고, 악수하고, 노래하고, 걸어 나오는 식이었다. 그 자리에 모인 신도들은 누구나 그 순서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나는 마치 기계적으로 시늉만 하는 기분이었다.

 

그 특정한 리추얼은 내게 맞지 않았지만, 나도 좋아하는 리추얼이 있었다. 특히 할로윈부터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를 거쳐 새해 전야에 이르는 연말 연휴가 좋았다. 이유는 아마 짐작할 것이다. 촛불, 달콤한 사탕, 다정한 친척들, 느슨한 취침 시간, 선물. 여덟 살 아이가 그런 리추얼을 더 좋아한 건 어쩌면 당연했다. 사탕과 장난감의 강렬한 매력은 물론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가장 사랑했고 지금까지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은, 우리 가족만의 방식으로 명절을 보냈던 기억이다. 일 년에 한 번 트는 아버지의 턴테이블에서는 조니 마티스의 메리 크리스마스앨범에 담긴 노래가 지직거리며 흘러나왔고, 추수감사절이면 칠면조 속을 3가지 재료로 준비하곤 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리추얼로 자리 잡은 그 행동들이 있었기에 우리 가족은 우리 가족일 수 있었다. 그 리추얼이 곧 우리 가족이었다.

 

리추얼은 습관이 아니다: 그렇다면 리추얼은 무엇일까? 알고 보니 리추얼을 정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리추얼은 무엇이 아닌가를 살펴보는 것이었다. 내가 리추얼과 습관의 차이에 관한 실마리를 처음 잡은 것은 치과에서였다. 내가 평소에 어떻게 칫솔질하는지 떠올려 보았다. 왼쪽부터 시작하던가, 오른쪽부터 시작하던가? 앞니부터 닦나, 어금니부터 닦나? 그 밖에 옷 입기, 설거지, 컴퓨터 작업 등 내가 일상적으로 하는 수많은 행동도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다.

당신은 아침에 일어나서 양치를 하고 샤워를 하는가? 샤워를 하고 양치를 하는가?”

 

나는 청중 앞에서 강연할 때마다 이 질문을 던진다. 놀랍게도 사람들의 대답은 거의 항상 반반으로 갈렸다. 이 두 활동을 어떤 순서로 하는 것이 올바르다는 정설은 없는 듯하다. 그런 다음 순서를 바꿔서 하는 상상을 해보라고 주문한다. 샤워를 먼저 하는 사람은 양치를 먼저 하는 상상을, 양치를 먼저 하는 사람은 샤워를 먼저 하는 상상을 해보는 것이다.

질문: 순서를 바꿔서 한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어떤가?

A: 상관없다.

B: 기분이 이상한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A라고 답했다면, 당신에게 2가지 일은 아침 루틴에 가깝다. 샤워도 하고 양치도 해야 하지만, 그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해치워야 할 일이므로 하는 것뿐이다. 반면 B라고 답했다면, 즉 이유는 설명하지 못하겠지만 바뀐 순서가 왠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조금이라도 든다면, 두 행위의 연속은 당신에게 리추얼에 가깝다. 그 아침 루틴은 당신에게 청결과 건강이라는 보상을 주는 자동화된 습관 이상의 어떤 것이다. 실제적 보상 이외에도 감정적, 심리적 영향이 있는 리추얼이다. 당신에게는 그 일을 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이 경우는 그 순서)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리추얼을 습관과 구분 짓는 요인은 무엇일까?

 

습관의 본질은 무엇을하는가에 있다: 습관은 무엇에 해당한다. 양치질을 하고, 헬스장에 가고, 녹색 채소를 먹는 행위 자체다. 우리는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바꾸려 하고, 좋은 습관이 자동화되기를 바란다. 그러면 별다른 노력이나 생각 없이도 일정한 루틴을 수행함으로써 A라는 지점에서 B라는 지점으로 나아갈 수 있다.

 

리추얼의 본질은 어떻게하는가에 있다: 리추얼은 단순히 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수행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저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방식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리추얼은 본질적으로 감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에,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습관과 다르다. 예를 들어, 아침 리추얼을 정확히 수행하면 아침을 제대로 시작한느낌이고 하루를 부딪쳐나갈 준비가 된 기분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반면, 평소에는 별로 의식하지 않았던 아침 리추얼이 어그러지면(예를 들어 좋아하는 치약이 다 떨어져서 가족의 것을 대신 이용하는 경우) 하루 종일 뭔가가 어긋난 기분이라고 한다.

 

리추얼에 해당하는 행동이 따로 있고 습관에 해당하는 행동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행동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행동에 부여하는 감정과 의미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똑같이 커피를 내린다고 하자. 한 사람은 커피를 최대한 빨리 내려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이 목표다. , ‘무엇이 중요하다. 반면, 다른 한 사람은 어떻게가 중요하다. 굵게 간 커피 원두만 사용하고, 프렌치 프레스 외에는 쓰지 않는다. 같은 행동이라도 첫 번째 사람에게는 자동화된 습관일 뿐이지만, 두 번째 사람에게는 의미 있는 리추얼이다.

 

습관은 우리 삶의 일정 측면을 최적화하는 데 유용하지만, 신호, 반복 행동, 보상이라는 기계적 영역에 우리를 가둔다는 한계가 있다. 우리는 최적화와 효율화에 집착한 나머지 수많은 리추얼을 이루는 독특한 행동이야말로 삶을 가치 있고 더욱 사랑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일 수 있음을 간과한다. 그 차이는 흑백 영화와 컬러 영화의 차이에 비견할 만하다. 좋은 습관은 삶을 자동화하여 일을 척척 해치울 수 있게 해준다. 반면 리추얼은 삶을 생동하게 하여 한층 더 풍요롭게 마법처럼 변모시킨다.

 

리추얼은 감정 유발제다: 삶을 생동하게 하는 리추얼의 힘은 본질적으로 감정적인 리추얼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감정이란 인간이 특정한 필요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라고 한다. 우리는 슬퍼지면 평소 좋아하던 시트콤을 시청하여 행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외로워지면 누군가에게 안아달라고 하여 허전함을 달랠 수 있다. 그러나 감정을 도구로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감정을 마음대로 불러일으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슬프거나 우울할 때 행복해지기로 다짐한다고 해서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기분을 바꾸거나 북돋으려면 영화를 보든 좋아하는 음악을 틀든 무언가를 해야 한다. 이때 리추얼이 요긴한 역할을 한다. 리추얼의 역할이 감정 유발제(emotion generator)’라고 생각해도 좋다. 특정한 일련의 행위가 특정한 감정과 연관되면, 그 일련의 행위로 이루어진 리추얼을 통해 그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마치 빵을 구울 때 이스트가 촉매 역할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리추얼은 실컷 울어도 좋다는 허락일 수도 있고, 분노를 발산할 기회일 수도, 경외감과 신비감을 느끼는 계기일 수도 있다. 나는 리추얼이 인간이 가진 폭넓은 감정 레퍼토리를 소환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도구 중 하나라고 본다. 우리는 리추얼을 통해 즐거움과 신비감과 평온함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집안일, 매일 하는 운동 같은 평범한 활동을 자동화된 경험에서 생동하는 경험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

 

DIY 리추얼 _ 내 손으로 만드는 관행: 나는 수년간 동료들과 함께 미국 전역에 거주하는 다양한 연령의 종교 신자와 비신자 수천 명을 대상으로 특정한 영역이나 특정 시기에 리추얼에 의존하는지 물어보았다. 응답자들이 말하는 리추얼 중 상당수는 문화, 가족, 종교의 전통에서 유래한 유산 리추얼이다. 이렇게 대대로 내려오는 리추얼은 역사적, 종교적인 무게감이 있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개인과 집단을 맺어주는 역할을 한다.

 

유대교의 유월절 만찬에서 무교병을 먹는 것처럼 특별한 의상, 음악, , 음식 등 풍부한 감각적 경험을 통해 사회적 결속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전통적인 유산 리추얼만을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리추얼을 통째로 또는 부분적으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나는 그와 같은 독특하고 참신한 관행을 ‘DIY 리추얼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우리 부부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시켜주는 리추얼이 있었다. “우리는 키스를 할 때 꼭 세 번씩 한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22년 동안 그렇게 했으니 이제 세 번을 하지 않으면 너무 이상하다.”

 

미국인의 일상 속 리추얼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리추얼이 얼마나 생활화되어 있으며 얼마나 독특하고 감정적으로 풍부한 양상을 보이는지 알 수 있었다. 리추얼은 우리가 각자의 문화 도구함에서 다양한 재료를 취사선택하여 스스로 개조하거나 창조해내는 관행이다.

 

나는 누구인가 _ 나만의 리추얼 시그니처: DIY 리추얼은 감정 유발제의 역할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과학 용어로 정체성 작업이라고 하는 능동적 과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개인적인 리추얼을 만드는 과정에서 리추얼이 고유한 자아정체감을 부여하고 표현하는 수단이 됨에 따라, 리추얼에 대한 소유감이 생겨난다. 지극히 사소하고 평범한 행위를 포함해 개인의 행위가 구체적으로 이루어지는 방식, 어떻게에 해당하는 부분을 나는 그 사람의 리추얼 시그니처(ritual signature)’라고 부른다.

 

내가 매일 달리기를 하는 것은 습관일지라도, 달리기 애호가라는 나의 정체성을 확인해주는 것은 신발끈을 묶는 나만의 방식이다. 우리 가족이 매년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는 것이 습관이라면, 우리를 가족으로 묶어주는 것은 조니 마티스의 앨범을 턴테이블로 듣는 리추얼이다. 요컨대 개인의 고유한 리추얼 시그니처, 즉 리추얼의 방식(‘어떻게’)은 삶의 목적(‘’)과 깊이 맞닿아 있다.

 

애쓴 만큼 풍요로워진다

이케아 효과 _ 직접 만들면 더 소중해진다: 나와 동료 연구자들은 평범한 물건으로 실험해보았다. 검은색의 이케아 보관상자였는데, 원래는 CD 보관용으로 나온 제품이었다. 연구를 진행할 당시에 이미 CD는 거의 쓰이지 않는 물건이었다.

 

우리는 미국 남동부의 한 대학교에서 실험 참가자 52명을 모집했다. 각 참가자에게 5달러의 참가비를 주고, 두 그룹 중 하나에 배정했다. 첫 번째 그룹에는 조립이 완료된 상자를 주고 살펴보게 했다. 두 번째 그룹에는 조립되지 않은 상자와 조립 설명서를 주고 직접 조립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그 상자를 얼마에 살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이미 조립된 상자를 살펴보기만 한 사람들은 평균 0.48달러에 사겠다고 답한 반면, 직접 상자를 조립한 사람들은 평균 0.78달러에 사겠다고 답했다. 63% 더 높은 금액이었다. 우리는 이케아 상자뿐만 아니라 DIY 종이학과 레고 세트를 사용한 실험에서도 참가자들이 자신이 만든 물건에 한결같이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많은 사람들이 옛날 옛적 도예 수업에서 만든 이 빠진 머그잔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 이케아 효과(IKEA effect)’로 설명할 수 있다. 그 물건들은 우리의 소유물일 뿐 아니라, 우리가 나름의 정성을 들인 대상이기에 교감을 느끼고 더 소중히 여기게 된다.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수행하는 리추얼을 조사해보니, DIY 리추얼을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유산 리추얼은 말 그대로 기성품이다. 미리 조립된 이케아 상자처럼, 우리의 관여 없이 미리 조립된 리추얼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우리만의 독특한 개인적 리추얼은 맞춤 제작인 셈이다. 케이크든, 별것 아닌 CD 보관함이든 공을 들일수록 애정이 더 많이 간다. 누구나 일상 속의 지극히 평범한 장면을 치르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 그렇게 세월에 걸쳐 나만의 것이 된 행위가 바로 우리의 리추얼 시그니처다. 우리는 자신만의 리추얼을 통해 주변 환경에 나름의 정성을 들이고, 동시에 더욱 풍요롭고 깊이 있는 삶을 경험하게 된다.

 

2부 새로운 나를 만나다

 

수행: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기

공연 시작 5분 전. 당신은 무대 뒤의 어둑한 공간에 서 있다. 곧 커튼이 열리고 스포트라이트가 비출 것이다. 객석에서 웅성이는 소리가 파도처럼 넘실거리며 들려온다. 사람들은 오늘 저녁 이곳에 당신을, 오직 당신만을 보러 왔다. 무대 중앙에는 찬란한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다. 4분 후, 당신은 무대로 걸어 나갈 것이고 청중들은 환호를 터뜨릴 것이다. 그리고 고요한 정적이 깔릴 것이다. 당신은 의자에 앉아 손을 건반 위에 올릴 것이다. 청중들은 세 곡의 소나타를 당신의 연주로 들으려고 모였고, 당신이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길 원한다.

 

3분 전, 등줄기로 식은땀이 흐른다. 당신은 오직 이 순간을 위해 연습했다. 하지만 주로 혼자서,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기 스타일로 연습했다. 불안감이 엄습한다. 2분 전, 객석의 불이 꺼진다. 청중들이 자세를 고쳐 앉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1분 후면 커튼이 열리고, 수많은 얼굴을 마주해야 한다. 60초 안에 쿵쾅거리는 가슴을 잠재우고,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공포를 삼켜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에게는 간단한 방법이 있었다. 바닷가재를 생각하는 것. 리흐테르는 공연이 있을 때마다 분홍색 플라스틱 바닷가재를 공단으로 안감을 댄 상자에 넣고,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가지고 다녔다. 연주할 때도 꼭 가까운 거리에 두었다. 에롤 모리스는 리흐테르의 생애를 조명한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에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바닷가재 없이는 연주할 수 없다는 것.” 리흐테르는 엄청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분홍색 플라스틱 바닷가재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스스로 느꼈다. 공연을 할 때면 절대 자신의 리추얼을 어기지 않았다. 바닷가재는 그에게 잘 조율된 피아노 못지않게 중요했다.

 

그 이상의 무엇을 얻기 위한 리추얼: 중요한 활동을 앞두고 벌이는 수행 리추얼(performance ritual)’은 리추얼적 행동 중에서도 가장 다채롭고 이목을 끄는 예로 꼽힌다. 기량의 절정에 이른 많은 스타가 수행 리추얼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니스 챔피언 세리나 윌리엄스는 첫 서브 전에 공을 바닥에 다섯 번 튕기고, 두 번째 서브 전에는 두 번 튕긴다.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항상 오른발로만 필드에 첫발을 내디딘다. 발레리나 수전 패럴은 작은 장난감 쥐를 레오타드 안쪽에 핀으로 고정하고, 무대에 오르기 전에 성호를 긋고 자기 몸을 두 번 꼬집었다. 에세이 상실 The Year of Magical Thinking로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가 조앤 디디온은 글이 막힐 때마다 작업 중인 원고를 비닐 봉투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했다.

 

이미 자기 분야에서 정점에 오른 사람들이, 왜들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걸까? 에롤 모리스는 리흐테르를 조명한 글에서 그 이유를 정확히 짚어냈다. “할 수 있다는 것은 할 수 있다는 생각과 믿음을 의미한다. 피아노 연주 실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 실력은 기본이고, 실력을 적시 적소에서 제대로 발휘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리추얼은 어디에나 있다: 중요한 활동을 앞두고 벌이는 수행 리추얼의 목적은 잡힐듯 잡히지 않는 그 이상의 무엇을 갖춤으로써 불안감을 이겨내고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상급 기량의 보유자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회의를 주관하거나, 취업 면접을 치르거나, 그 밖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일을 해야 할 때와 같이 일상의 수많은 영역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준비하기 위해 수행 리추얼에 의지한다.

 

전 세계의 비범한 사람들과 평범한 사람들 모두 자신만의 개성적인 수행 리추얼을 철저히 신봉한다. 자신의 리추얼이 우스꽝스러워 보이고 그 행위가 왜 효과가 있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대부분 알면서도, 리추얼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된다고 솔직하게 인정한다.

 

물론 어떤 리추얼도 우리를 단번에 록스타나 천재로 만들어줄 수는 없다. 우리는 여전히 재능과 능력의 한계, 그리고 연습의 반복이라는 현실과 부딪쳐야 한다. 그러나 리추얼의 힘을 활용해 긴장을 다스리고 힘들여 쌓은 실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 에롤 모리스의 말처럼, 수행 리추얼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이상의 무엇을 우리에게 제공해준다. 우리가 무대에 올라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음미: 현재를 온전히 경험하기

리추얼을 통해 우리는 일상 속에서 음미하는 순간을 더 많이 누릴 수 있다. 가장 간단하고 흔한 음미 리추얼이라면, 매일 같은 시간에 음료나 간식 먹기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의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그와 같은 리추얼을 찾아볼 수 있다. 스칸디나비아에서는 오전 10시쯤 피카(Fika)’라고 하여 커피, , 과자를 즐기며 쉬는 시간을 갖는다. 인도에서는 오후 6시에 차이(chai)’라고 하는 홍차를 끓이곤 한다. 차 마시는 시간은 그 자체로 특별한 시간이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집에서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전, 그 사이에 존재하는 일종의 중간 지대랄까. 프랑스인이라면 오전에 즐기는 팽 오 쇼콜라의 리추얼적인 쾌감을 잘 알 것이다. 출근길에 동네 빵집에 들러 버터 향이 진하고 바삭한 크루아상 속에 초콜릿이 든 그 빵을 하나 사보자. 맛보고,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어보자. 지금 이 순간, 인생이 얼마나 행복한지 음미해보자.

 

이상의 모든 사례에서 음료와 음식은 우리가 현재 순간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도록 무대를 마련해주는 소품과도 같다. 당신의 하루 중에도 무언가를 음미하는 리추얼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우리의 하루를 마법처럼 변화시키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당신의 일상 속에도 음식물과 관련된 리추얼이 있다면, 그 리추얼의 울림을 어떻게 더 크게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보길 권한다. 그런 것이 없다면, 이 기회에 시작해보자. 일과를 잠시 멈추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자. 위에 예를 든 것과 같은 음미 리추얼은 작지만 강력한 일상의 기쁨을 낳는 원천이자,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바꾸어주는 간단하면서도 저렴한 방법이다.

 

추운 날의 위안: 평범한 수프 한 그릇도 리추얼을 살짝 가미하면 공동체 의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수많은 문화권에서는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따뜻한 국물 요리를 찾는다. 유대인 가정에서는 치킨 누들 수프를 제대로 끓이는 방법을 놓고 격론을 벌이기도 한다. 태국 가정에서는 코코넛밀크 수프를 만들어 먹고, 한국 가정에서는 인삼과 닭으로 삼계탕을 끓인다. 이탈리아 사람이라면 할머니의 특별한 비법이 담긴 계란국 스트라차텔라의 기억이 있을 것이고, 베트남에서 자랐다면 비 오는 쌀쌀한 날에 누군가가 끓여준 쌀국수를 먹어보았을 것이다.

 

이런 수프나 국물이 주는 위안은 그 영양적, 약리적 특성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한 입 한 입 떠먹을 때마다 떠오르는 보살핌의 느낌 덕분이기도 한다. 가정식 치킨 수프 배달 업체를 창립한 밸러리즈바이그는 한 인터뷰에서, 고객들이 어린 시절에 먹던 치유의 국물을 주문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은 치킨 수프를 그저 배가 고파서 주문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죠. 지쳤거나 돌봄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도 있어요. 마음이 아프거나 고향이 그립거나, 몸이 안 좋은 사람도 있습니다. 문제가 무엇이건, 치킨 수프를 먹으면 좀 나아지리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사람들이 그런 국물을 마시며 음미하는 것은 돌봄을 받았던 경험이다. 국물 한 모금에서 애정을 맛보는 것이다. 포근하게 덮인 이불, 부모가 어르고 달래주는 목소리가 느껴진다. 수프나 국물은 단순한 요리지만 깊은 맛을 지니고 있다. 사람들은 돌봄과 사랑을 섭취하는 셈이다. 어릴 적 먹던 익숙한 음식과 음료의 맛은 우리가 바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먹고 마시는 리추얼은 사소하고 평범한 즐거움도 음미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3부 사랑으로 이어지다

 

화합: 시간과 감정을 공유하기

리추얼이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연인 관계와 로맨스에서는 어떤 역할을 할까? 그 커플만의 임의적인 행동을 통해 두 사람의 관계를 더 행복하게, 더 친밀하게 생동시킬 수 있을까?

 

우리는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커플 간의 리추얼을 조사했다. 우리가 수행한 여러 설문조사에서, 커플 관계에 있는 응답자의 60~75%일요일 아침 9시에 꼭 함께 장을 보러 간다.” “우리는 저녁을 먹을 때마다 꼭 식기를 건배하듯 부딪친다.” “금요일 밤마다 팝콘을 만들고 영화를 같이 본다.” 등 둘 사이의 리추얼이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조사 결과, 리추얼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관계 만족도가 5~10% 더 높게 나타났다. 1부에서 말한 대로 리추얼은 우리 삶에서 감정 유발제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각자의 특성에 맞고 상황에 어울리는 로맨틱한 리추얼은 사랑의 감정을 일으키는 하나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또한 리추얼을 하는 커플들은 상대방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더 크게 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현상은 커플이 함께한 기간이 짧든 길든 상관없이 나타났다. 다시 말해, 리추얼이 생겨나는 데는 오랜 기간이 필요하지 않다. 행복한 커플은 관계 초기에도, 관계가 오래 진행된 후에도 리추얼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보인다.

 

커플 간 리추얼의 감정적 힘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는, 불가피한 이유로 리추얼을 하지 못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한 파트너가 출장을 갔다거나 하는 이유로 일시적으로 떨어져 지내는 42쌍의 커플을 대상으로 3주간 수행한 연구에서, 두 사람 모두 상실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액 샘플을 분석해 코르티솔 수치를 관찰해보니, 고립된 동물에게서 나타나는 코르티솔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커플 간 리추얼이 남긴 교훈: 루틴이 아닌 리추얼이 마법을 일으킨다. 두 가정의 주말 이야기를 들어보자. 첫 번째 가정에서는 팀과 세스라는 부부가 토요일 아침마다 늘 하던 일을 하고 있다. 팀은 벽장에서 장바구니를 꺼내 오고, 세스는 차를 끓인다. 팀은 강아지에게 밥을 주고, 세스는 그동안 식기세척기를 돌린다. 아홉 시가 되면 두 사람은 각자의 여행용 머그컵에 차를 붓고, 팀은 우유를, 세스는 설탕을 탄다. 그리고 저녁 식재료를 사러 동네 시장으로 함께 길을 나선다. 두 사람은 일주일 내내 이 리추얼을 손꼽아 기다린다. 시장까지 걸어가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구경하고, 정육점 주인과 이야기 나누고, 저녁 메뉴를 상의하는 토요일 아침이 이들 부부에게는 일주일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두 번째 가정에서는 데이브와 앤지라는 부부가 잠에서 깨어 토요일마다 해야 하는 일들을 한다. 데이브는 장바구니를 가져오고, 앤지는 함께 마실 커피를 내린다. 데이브는 쓰레기를 후딱 버리고 오고, 앤지는 고양이들 밥을 준다. 아홉 시가 되면 출발할 시간이다. 두 사람은 각자 커피를 가득 채운 머그컵과 장바구니를 챙겨 든다. 한숨을 내쉬고는 커피 한 모금을 들이킨다. 토요일 아침마다 마트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일이 둘 다 끔찍하게 싫다. 매번 똑같은 장보기 목록대로 장을 보고, 긴 계산대 줄에 서서 기다리고, 산 물건들을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다시 꺼내 정리하는 일까지 하나같이 힘들기만 할 뿐이다. 겨우 다 끝내고 나면 두 사람은 한숨 돌리고, 남은 하루를 각자 자기 식으로 보낸다.

 

두 가정의 차이는 그들이 하는 행동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두 커플 모두 일주일 동안 먹을 식재료 쇼핑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일이 첫 번째 커플에게는 한 주의 하이라이트고, 두 번째 커플에게는 짜증스럽고 끔찍하기까지 한 잡무일 뿐이다. 같은 행위가 첫 번째 커플에게는 두 사람의 사랑을 상징한다고 느껴지지만, 두 번째 커플에게는 단순한 루틴일 뿐이며, 리추얼이 아닌 습관일 뿐이다.

 

인간의 감정은 실내 온도 조절기처럼 일정하게 조절된다. 상황이 어떻든 우리는 행복의 평형 상태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연애의 시작, 결혼식, 집 장만 등 애정 관계의 주요 순간에서 처음 느꼈던 기쁨은 시간이 지나면 안정되고 더 이상 황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이른바 쾌락 적응이라고 하는 현상으로, 아무리 잘 맞는 커플도 언젠가 권태를 겪게 되는 이유를 어느 정도 설명해준다. 이 같은 쾌락 적응 현상으로 인해 한때 새롭고 매력적이었던 것들의 장점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된다.

 

여기서 루틴과 리추얼을 의도적으로 구분해보는 게 의미가 있겠다. 루틴을 수행할 때는 일을 해치우는 게 목적이다. , ‘무엇이 중요하다. 반면, 함께 하는 리추얼은 그 안에 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 ‘어떻게가 중요하다. 커피를 마시는 평범한 행위도 어떻게 함께 하느냐, 즉 커플이 공동의 현실 속에서 어떤 구체적 행위를 하느냐에 따라 지속적인 사랑을 상징하는 활동으로 바뀔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활동을 어떻게 느끼느냐다. 사랑의 상징으로 여긴다면 그 행위는 전에 없던 중요성을 띠게 되고, 그런 식으로 리추얼을 자주 하는 커플은 행복감과 만족도가 더 높게 나타난다.

 

꼭 지구 반대편 여행처럼 스릴 넘치는 활동을 하지 않아도 좋다. 공원을 산책하거나 집 앞 계단에 앉아 와인 한 잔을 즐기는 것처럼 더없이 평범한 리추얼도 매주 반복되면 마법 같은 순간을 선사할 수 있다. 마법을 만들어내는 비결은 같은 마법책을 함께 보는 것이다.

 

애도: 상실의 아픔을 견뎌내기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애도 리추얼은 단순히 슬픔을 이겨내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기억하고 추모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 리추얼을 통해 우리는 떠나간 이에게 마음을 모으고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다. 세상은 바쁘게 돌아가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멈추고 잠시 머문다. 그리고 기억하고, 기린다. 애도 리추얼이 제대로 효과를 낼 때, 그 과정은 때로 마법처럼 느껴진다. ‘디너 파티(Dinner Party)’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타인들끼리 모여 함께 식사하며 슬픔을 나누는 모임을 주최하는 단체다. 한 참가자는 이런 후기를 남겼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나는 처절한 고독을 느꼈다.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고립감이었다. 그런데 한 달 반쯤 지나 저녁 모임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외로움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마치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가 겪었던 순간처럼, 회색빛 세상에서 벗어나 다채롭고 생동하는 세상에 다시 발을 들이는 느낌이었다.’

 

아무리 힘겨운 상실을 마주했을 때도 리추얼은 우리에게 생기를 불어넣고 마법을 선사하는 힘이 있다. 사람들의 창의성은 끝이 없어서, 옛사람들이 상복의 색깔을 정했듯 주변에서 적절한 사물을 택해 의미를 부여하고 리추얼에 활용함으로써 수용을 향해 나아간다. 연구 과정에서 우리가 만난 한 여성은 수국으로 추모 정원을 꾸민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친한 친구나 사랑하는 가족이 세상을 떠날 때마다 그 사람의 정원에서 수국 한 뿌리를 가져와 자기 정원에 옮겨 심는다고. 그렇게 여러 해 하다 보니 뒤뜰에 수국 추모터가 널따랗게 만들어졌고, 한 그루 한 그루가 어머니, 이모, 절친의 어머니, 대학 시절 단짝 친구 등 누구의 것인지 기억하고 있다. 뒤뜰에 나가 평화로운 오후를 보내며 꽃을 감상하거나 다듬으면, 소중했던 사람들 한 명 한 명의 분신과 교감하는 느낌이라고.

 

4부 함께 살아가다

 

소속: 일터에서 의미를 찾기

리추얼로 물든 세상: 리추얼은 공동체와 문화를 돌아가게 하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국가 제창이나 국기와 관련된 모든 의례, 경기장에 운집한 관중들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구호를 외치는 모습, 지역과 시대를 초월해 형식을 유지하는 종교 의식과 상징. 이와 같은 집합적 리추얼은 서로 배경이 다른 사람들을 먼 거리에서도 한 집단으로 묶는 힘이 있다. 그 결과는 단순한 집단을 넘어 공동의 정체감과 소속감으로 뭉친 민족, 문화, 국가 등의 강력한 단위가 되기도 한다. 그와 같은 리추얼을 경험해본 사람들에게 그 강렬한 공동체 의식과 연대감은 무척 깊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동시에 그와 같은 리추얼은 사회적 비용도 크게 초래할 수 있다. 대중 리추얼은 특정 공동체에만 배타적인 소속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사람들을 갈라놓는 힘이 있다. 이것이 바로 대규모 리추얼의 강력한 효과다. 리추얼은 우리를 하나로 묶을 수도, 갈라놓을 수도 있으며, 때로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과 균열을 치유하는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리추얼과 집단 소속감의 관계는 뿌리가 깊을 뿐 아니라, 그 범위도 넓다. 교실, 군대, 경기장, 직장 등 공동의 목표를 위해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면 어디에나 집단 리추얼은 넘쳐난다. 어떤 프로 스포츠팀이든 경기 시작 전이나 작전 타임 중에 팀원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라는 단어를 주로 회사에서 쓴다. 직장은 이제 타인들을 하나로 묶기 위한 집단 리추얼을 일반 성인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장소가 되었다.

 

월마트의 직원들은 근무 교대 때마다 리추얼을 수행한다.

다 같이 W! 다 같이 A! 다 같이 L! 다 같이 물결표! 다 같이 M! 다 같이 A! 다 같이 R! 다 같이 T! 누구의 월마트? 나의 월마트.”

여기서 물결표부분에서는 직원들이 동시에 엉덩이를 흔들어야 한다고 한다. 월마트처럼 효율화된 큰 회사에서는 오로지 능률만을 추구할 것 같고 별난 리추얼이 설 자리는 없을 것 같지만, 경영진은 팀워크 구축의 중요성과 방법을 잘 이해하고 있다.

 

한 팀이 된다는 것: 당신이 직장에서 참여하는 집단 활동을 한번 떠올려보자. 무슨 활동이고 정확히 무엇을 하는가? 언제, 얼마나 자주 하는가? 그 활동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이와 같은 질문을 직장인 275명에게 던졌는데, 흥미롭게도 답변의 양상이 매우 다양했다. 많은 사람이 점심 식사나 퇴근 후 술자리와 관련된 리추얼을 언급했다. 포트럭 파티를 한다는 응답도 많았고, 함께 운동한다는 사람도 많았다. 대부분의 리추얼은 특정 팀이나 특정 회사에 국한된 독특한 형태였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응답자들이 밝힌 활동에는 공통된 요소가 거듭하여 나타났다. 또한 리추얼은 단조롭고 따분한 업무에 활기를 불어넣는 듯했다. 응답자들은 신난다’, ‘재미있다등의 표현을 썼고, 구성원들을 하나로 모아 함께 나누게하고 결속하게한다고 했다. 리추얼을 통해 응답자들은 효율만을 추구하며 돌아가는 기계 부품이 아닌, 공동의 목적의식으로 살아 움직이는 팀 구성원이 될 수 있었다.

 

우리는 응답자들에게 현재 하고 있는 집단 활동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도 물었다. 더 나아가 자신의 직무 전반에 대해서도 얼마나 큰 의미를 느끼는지 물었다. 답변에서 2가지 중요한 사실이 드러났다. 첫째, 응답자들은 리추얼에 가깝다고 판단한 활동일수록 그 활동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금요일 회식, 월요일 산책 회의, 점심 시간 멘토링, 회사 체육관에서의 오후 요가 등 모든 집단 활동에서 그런 경향이 나타났다. 둘째, 활동이 리추얼에 가까울수록 자신의 업무 자체에도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직장 내에 리추얼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리추얼적 요소가 있다고 응답한 사람에 비해 일에 마음을 쏟는 정도가 떨어졌다.

 

치유: 남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기

사과의 조건: 우리가 뭔가를 잘못해서 친구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사과를 해야 한다. 사과는 갈등 상황을 푸는 해법의 기본이다.

 

그러나 사과를 제대로 하기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그저 미안해라고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정말 제대로 된 사과는 리추얼과도 같은 순서와 패턴을 따른다. 이웃 간 분쟁 해결을 위한 사과의 한 방법에 따르면 사과에는 자그마치 10가지 필수 요소가 있다. 사과의 표현(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까지만 하고 만다), 잘못한 내용의 적시, 책임 인정, 잘못한 이유의 설명 시도, 감정 전달, 상대방의 감정과 피해 언급, 잘못 시인,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제안, 수용 요청(상대방에게 사과를 받아줄 것을 정식으로 부탁하는 것)이다. “내 행동 때문에 혹시 상처받았다면 미안해로 시작하는 사과는 책임을 인정하는 것도, 잘못을 시인하는 것도 아니다. 그 말은 자기가 잘못 행동했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사과가 소기의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과받을 사람이 저 사람이 나를 이해하고 내가 왜 상처받았는지 알아준다라고 느끼는 게 핵심이다. 갈등 해결 전문가들은 사과를 받을 준비가 된 상태를 가리켜 무르익었다(ripeness)’라는 단어를 쓴다. 사과의 조건이 무르익으려면 잘못한 사람이 자기가 끼친 피해가 무엇인지 이해한다라는 느낌이 있어야 한다. 이를 건너뛴 성급한 사과는 사과하지 않느니만 못할 때가 많다. 그만큼 이해가 중요하다. 제대로 된 사과는 화해의 길을 열 수 있지만, 사과는 첫걸음에 불과할 때가 많다. 많은 문화권에서 화해의 출발점으로 행동을 강조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이해와 호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행동을 하나 꼽자면 바로 악수다. 진심을 담아 사과하고 악수할 수 있다면, 그 단순한 제스처가 말보다 더 큰 의미를 전달한다.

 

가족이나 부부처럼 가까운 관계에서는 어느 정도의 신뢰가 자연스럽게 존재한다. 나는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려 하고, 상대도 내 입장을 이해하려 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낯선 사람과는 그런 신뢰 관계가 분명하지 않다. 이때 악수를 함으로써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대화할 의향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악수는 긴장을 해소함으로써 관계 형성의 발판을 마련해준다.

 

치유의 과정: 이미 파탄이 난 관계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파경을 맞은 결혼, 수십 년간 이어진 가족 간 불화를 만회할 방법이 있을까? 집단 간 갈등을 치유하는 리추얼은 보통 공동의 정체성을 빚어내는 데 초점을 두지만,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먼저 각 집단의 개별 정체성을 인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의 저자이자 갈등 협상 전문가 윌리엄 유리는, 특히 까다로운 협상에서 흔히 결여된 요소가 바로 각 당사자에 대한 존중이라고 지적한다. “그건 협상가가 해줄 수 있는 가장 값싼 양보다. 아무 비용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걸 해주지 않을 때가 너무나 많다.”

 

리추얼이라는 일정한 행위를 함께 수행함으로써 바로 그 존중과 이해의 마음을 전하는 동시에 새 출발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비단 국가나 기업 등 집단 간의 갈등뿐 아니라 가족 내의 오랜 균열을 치유하려 할 때도 마찬가지다. 리추얼은 공동의 노력 속에서 의미를 만들어 우리를 하나로 묶어줄 수 있다. 리추얼은 이해를 촉진하며, 그 목적을 위해 리추얼 자체가 당사자들 간에 진심을 나누고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과정을 포함하기도 한다. 결혼과 재혼, 일반 가정과 재혼 가정, 기업 간 인수 합병, 국가 간 평화 구축의 과정에서, 화해의 리추얼은 새로운 장을 열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