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마키아벨리인가?
거의 5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마키아벨리의 통찰력이 아직도 우리에게 강력하고 도전적인 영감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철학자 베네데토 크로체가 지적했듯이 그는 위트, 웅변적인 재능, 거침없는 분석 등으로 이탈리아 사상가들 중 최고의 걸물로 통하는 천재였다.
마키아벨리는 일반적으로 독재자들의 옹호자나 궁극적인 냉소주의자로 간주되고 있다. 마키아벨리즘이란 말은 부와 권력을 위해서는 어떠한 짓도 서슴치 않고 하는 잔혹한 지도자에게 따라다니는 형용사이다. 그러나 마키아벨리는 권위주의적 제도보다는 오히려 자유 제도를 선호하였고, 전제자들을 경멸했다. 마키아벨리는 또한 종교적인 신념과 덕의 중요성에 관해서도 자주 말했다.
마키아벨리는 정치에 치명적인 질병의 생리학을 이해했다. 그는 우리를 황폐하게 하는 지도자들의 마음과 정신에 침투하는 세균을 확인하고 분류하였다. 우리가 마키아벨리의 눈으로 현대 세계를 바라본다면, 그가 그의 시대에 보았던 것처럼 도덕적인 지도자에게 위협을 야기할 수 있는 유행병 같은 부패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진단은 우리 자신의 문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지도자들이 도덕성을 회복하고 자유로운 제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비록 마키아벨리는 최종적인 결과에 대해서는 낙관적이지 않았지만 치료법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배의 달콤함
“영속적인 운동 상태에 있는 인간은 상승하거나 몰락한다. 그것이 인간사의 과정이다.”
만일 리드하고자 한다면 싸워야 한다. 더 많은 권력을 얻기 위해서나 정상의 권력을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해서나 그것은 투쟁과 관련되어 있다. 마키아벨리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처럼, 인간은 선보다도 악을 행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의 지도자나 미래의 지도자들은 잔인해질 수밖에 없다. 잔혹한 마음은 야망에서 나오며, 사람과 집단이 만들어내는 인간의 야망은 끝이 없다.
권력을 향한 투쟁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줄이려는 시도에서 시작하여 그 지배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려고 한다. 사람들은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고 한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공격한다. 처음에는 생존을 위해, 나아가 지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그리고 자유의 획득을 위해 싸운다. 다음에는 그 동기가 무엇이건 간에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가슴에 내재한 강력한 야망을 위해 싸운다.
마키아벨리는 가진 자들이 가지지 않은 자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며, 천성적으로 우월하지도 않다고 믿는다. 분명한 것은 가진 자들은 다르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상황의 산물일 뿐이다. 가지지 않은 자도 기회가 주어지면 가진 자처럼 행동하게 될 것이다. 결국 권력을 재생산 및 확대하기 위한 원동력은 구체적인 제도로써 완성된다. 그때가 되면 부와 권력은 가진 자를 위해서만 존재할 뿐이다. 만약 당신이 그것을 얻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이 그것을 가지게 될 것이다.
권력과 지배를 향한 열정
“인간의 지지를 얻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계속해서 그 지지를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프러시아의 장군이었던 칼 폰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그 반대의 주장도 마찬가지로 성립된다. 오늘날에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정치적 패배자들은 마치 전쟁터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처럼 정치에 자신들의 목숨을 바친다. 그러나 누구도 회사, 팀, 국가를 위해서는 자신의 목숨이나 직책을 걸지 않는다. 마키아벨리는 실제 세계는 기만과 불신으로 가득 차 있고, 개인적 만족을 위해 또한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정치적 권위에 대한 도전과 음모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권력과 지배의 중심에는 인간이 자리잡고 있다. 마키아벨리는 『로마사론』에서 인간에 대해 조금 과장되게 언급했다. “모든 인간은 사악하고, 기회가 생기면 인간의 마음속에는 악의를 배출하기 위한 통로가 생길 것이다.” 인간의 사악성은 인간과 인간의 창조물들을 황폐하게 만든다. 따라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무릅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사람들이 함께 일하게 하려면 또 다른 작업이 필요하다.
이 작업은 거칠고 더럽고 역겨운 일이며, 바로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은 사악하기 때문에 올바른 일을 하기 위해서 인간에게 의존할 수는 없다. 인간의 본능은 언제나 올바른 것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능인 욕망은 음식, 섹스, 마약, 술, 음악과 같은 모든 종류의 즐거움을 추종하도록 우리를 거칠게 몰아간다. 가장 심오한 주제와 씨름하고 있을 때조차, 우리의 감각적 욕망은 매우 크고 언제나 주목의 대상이었다. 우리의 주변에 유혹이 널려있기 때문에 집중하는 것도 어렵다. 인간은 야망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게으르고 나태하며 건방지고 방탕하며 방종을 즐긴다.
사악함으로의 입문
‘선보다 악을 위해 더 많은 준비’가 되어 있는 인간이 마음대로 자신의 생각대로만 행동하면 그 결과는 파멸뿐이다. 우리는 마음대로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이상적 환경 하에서는 선한 일을 하도록 고무되어야 한다. 우리가 누군가에 의해 적절히 인도된다면, 우리는 영예를 성취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제는 어렵고 끝이 없는 과정이다. 이러한 가장 고상한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도자가 ‘악으로 들어가야’ 한다.
마키아벨리 패러독스
“군주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미움을 받거나 경멸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만 지킨다면 만사가 형통할 것이다.”
어떠한 국가나 조직이든, 비록 그것이 가장 자유롭고 민주적인 국가나 조직이라 할지라도 강력한 지도력을 필요로 한다. 강력한 지도자만이 인간으로 하여금 파괴적 충동을 억제하고 공공의 선을 행하도록 강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의 파괴적 본성대로 행하도록 놔둘 수 없으며 옳은 일을 하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마키아벨리는 『로마사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간은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면 아무 것도 제대로 해낼 수 없다. 선택가능성이 주어지고 방탕하도록 놔둘 경우, 곧바로 혼동과 무질서로 가득 찰 것이다.”
따라서 마키아벨리 패러독스인 “강요(혹은 그가 말하는 필요)”야 말로 인간을 고결하고 자유롭게 한다. 선택의 여지가 많다는 것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혼란으로 오도될 우려가 많으며 적의 공격에 노출되기도 쉽다. 장군, 기업인, 운동 코치들은 이것을 잘 알고 있지만 정치 지도자와 언론인들은 이 사실을 종종 잊는다. 그들은 자유롭게 행동하려는 욕구가 지나친 나머지, 법과 종교에 기초한 책임감에 의해 절제되지 않은 자유는 무질서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가 가장 용감한 것이 아니라, 규제 받는 투사야말로 두려움을 극복하고 공공선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바칠 수 있는 것이다. 2차 대전의 영웅 조지 패튼 장군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인간은 본능적으로 복종하기를 거부한다. 거부감을 제거하는 것은 규율이며, 규율이 지속적으로 반복될 경우 복종이 습관화되고 잠재의식에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전쟁이 두렵지 않은 자는 없다. 그러나 규율을 통하여 용기가 생기며 승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2. 마키아벨리가 지도자들에게 던지는 충고
앞에서 우리는 마키아벨리가 인간과 사회에 대해 가지는 관점을 살펴봤다. 마키아벨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지도자는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 지도자는 사자와 여우의 속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야 한다.
- 지도자는 언제라도 악을 행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 지도자는 평화시에도 항상 전쟁을 생각해야 한다.
- 지도자는 정상에 오르는 순간, 부패와의 전쟁을 감행해야 한다.
- 지도자는 정상에서 내려오는 순간, 추종자의 배반을 각오해야 한다.
- 지도자는 지지의 획득보다는 유지가 훨씬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지도자는 설득에 의해 민중이 따르지 않을 때 힘으로 따르게 해야 한다
- 지도자는 원조를 주면 적대관계가 호전될 것이라고 오판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현대에 사는 우리들에게 마키아벨리가 던져주는 리더십의 충고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① 게으르고 유약한 모습을 버려라
“게으른 군주들이나 유약한 공화국은 전장에 장군과 군대를 보낼 때, 전투를 위험하게 하지 말라는 것과 무엇보다도 돌발적인 행동은 피하라고 명령하며 그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지도자는 게으르고 유약해서는 안 된다. 훌륭한 지도자는 갈등은 어디에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싸워서 이길 준비를 해야 한다. 부하에게 부상을 입히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지도자는 몰락하게 되어 있다. 안전이란 이름으로 승리를 일축하는 민족은 결국 죽음과 패배로 끝난다.
‘절대 부상당하지 마라!’는 명령을 한 후, 자신의 풋볼 팀을 경기장에 보내는 감독이 우승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는가? 훌륭한 군인은 승리를 위해서 자신과 다른 이를 희생하려고 한다. 훌륭한 지도자는 그가 다스리는 제도의 성공을 위해서 다른 개인의 야망을 희생하려고 해야 한다.
승리를 얻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세계를 보는 것이고, 인간 본성에 관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 지배당하지 않도록 열정적으로 통제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겸손이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세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장점 없이도 이길 수 있고, 부끄럼 없이도 질 수 있다.
② 운명을 공격적으로 개척하라
“운명이 어떤 위대한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를 원할 때, 자신에게 다가온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라.”
때때로 운명은 가장 위대한 지도자들이 최선을 다해 만든 계획까지도 파괴한다. 마키아벨리는 역사적 사건들이 때로는 실수나 뛰어난 재능에 의해서가 아니라 전적으로 운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을 사려 깊은 연구와 역사분석, 그리고 공직 근무와 도박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배웠다.
그가 경고하는 것처럼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철저하게 준비해도 일단 운명이 여정을 시작하게 되면, 그 운명을 극복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마키아벨리는 지도자가 만약 역사를 주의 깊게 연구하고, 뛰어난 조언자들의 교훈을 배운다면 항상 승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행운은 대담무쌍한 사람을 좋아하며, 우리의 삶이 변덕스러운 운명의 손에 전적으로 맡겨져 있는 것은 분명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지도자들이 민족과 문화의 차이를 모두 이해한다 하더라도 반드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사람이 동일하지는 않다는 사실과 국가와 국가 사이에 그리고 국내의 집단들 사이에 매우 큰 변이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그의 성격과 직면하는 도전의 성격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해함으로써 운명을 개척해나갈 수 있다. 성공적인 지도자들에게는 그들이 작동하고 있는 역사적 순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요구된다.
③ 성공과 재앙의 시간을 분별하라
마키아벨리는 일련의 인과관계를 제시함으로써 사건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역사가의 부류가 아니었다. 문제는 시대와 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애플 컴퓨터의 창의력 있는 괴짜 스티븐 잡스는 전세계가 애플, 리사, 맥을 선호하여 IBM을 구입하는 것을 중단할 것으로 예측하며 회사를 부도 직전까지 몰고 갔다. 잡스는 위대한 재능을 가졌지만 자신이 시장(market)과 조화롭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결국 애플은 운 좋게 살아남긴 했지만, 현재 컴퓨터 시장은 IBM이 석권하고 있다.
특정한 상황에 적합한 방법은 다른 조건하에서는 재앙일 수 있다. 다른 문제, 다른 맥락은 다른 방법을 요구한다. 저명한 비즈니스 사상가 이착 아디제스는 “절대적인 해결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상황적이다. 옳은 것과 틀린 것은 그것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라는 마키아벨리의 사상을 인용하였다. 매우 다양한 인간 본성을 이해하고 유일무이한 역사적 순간과 우리가 명령하는 일의 성격을 충분히 파악해야 한다.
④ 끝까지 싸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시작하지 마라
세계지도를 보자. 국가의 경계는 숭고한 삶을 산 평화적인 사람들에 의해 그어진 것이 아니다. 국가의 경계는 전쟁에 의해 만들어졌고, 국가의 성격은 투쟁에 의해 형성되었다. 이 투쟁은 대부분 피가 베인 투쟁이었다. 모든 진지한 혁명가는 혁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권력이 효과적으로, 때로는 무자비하게 행사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국가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혁명은 가장 위험한 정치적 사업이고 승리할 가능성이 가장 적은 사업이라고 마키아벨리는 경고한다. 왜냐하면 구질서에서 이득을 보고 있는 모든 사람이 그런 당신에게 반대할 것이고 과거의 특권을 회복하기 위해 투쟁할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혁명은 알렉산더 카렌스키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는 스스로 높은 윤리적 기준에 긍지를 느끼고 있던 고상하고 이성적인 인물이었다. 카렌스키는 러시아의 절대왕조인 짜르 체제를 무너뜨렸지만, 무자비한 볼셰비키의 상대가 되지는 못했다. 이를 리차드 파이프는 『러시아 혁명의 세 가지 의문』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레닌은 정치를 전쟁으로 간주했다. 그 누구도 이 금언을 레닌만큼 문자 그대로 잘 이해한 사람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일상적인 갈등으로 정치를 생각한 반면, 레닌은 정치의 목적은 권력의 장악과 모든 정적의 근절로 생각했다. 정적의 근절은 단순히 경쟁자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그를 소멸시키는 것을 의미했다.”
레닌은 또한 모든 왕족을 절멸시켰다. 이것은 누구든 유일 지배자 또는 유일 가족이 통치하던 국가를 인수할 때 전 가계를 완전히 없애야 하고 그럼으로써 아무도 무너진 정권의 정통성을 주장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는 마키아벨리의 금언을 지킨 것이었다.
마키아벨리는 우리에게 악마가 되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는 단순한 사실을 말한다. 당신이 지도자라면, 당신이 원하지 않더라도 사악한 일을 하거나 심지어 파괴적이어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⑤ 사랑의 대상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라
“사람들은 사랑의 대상보다 두려움의 대상을 노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왜냐하면 사랑은 상호 의무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이기적인 인간이 언제든지 자신의 목적에 부합되지 않으면 깨버릴 수 있지만, 두려움은 징계에 대한 공포에 의하여 유지되는 것이므로 쉽게 깰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의 대상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의 되라.” 가장 훌륭하다는 찬사를 받는 이 글귀에서 마키아벨리는 지도자와 추종자의 관계에 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즉, 엄격한 법 적용과 단호한 권력행사에 의한 방법(사랑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과 덕행에 힘을 빌어 추종자들의 애정을 얻는 방법(두려움보다 사랑의 대상이 되는 것)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인 규율방법인가? 그는 주저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이 두 가지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동시에 사랑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운 좋게 훌륭한 인재와 조직을 물려받지 않는 한, 어느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사실 누가 사랑 받는 대신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을 바라겠는가? 물론 애정도 두려움만큼이나 위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승리와 번영이 있을 경우 지도자를 칭송하지만 패배할 경우 등을 돌리고 마는 것이 애정에 의한 통치다. 따라서 애정에만 호소하여 통치하려고 하는 것은 관대한 이미지만 부각시켜 통치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험한 것이다. 반면 엄격한 법을 적용하는 지도자의 경우는 그가 단지 규칙대로 행하기 때문에 대중의 증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사람들이 불만족스러울 경우 그들의 불만 대상은 법이며 지도자 자신의 잘못이 아닌 것이다.
현 지도자들 중에서 야세르 아라파트보다 통치기술에 통달한 자는 없을 것이다. 그는 사랑과 두려움의 통치를 잘 이용할 줄 알았으며 친구와 적에게 다양한 이미지를 비추는 기술을 훌륭히 구사할 줄 알았다. 아라파트는 PLO의 통제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잠재적인 도전자들을 죽여야 했지만 동시에 중동지역의 평화 협상 과정에서 정당한 행위자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온건 세력의 이미지를 보이는 것 또한 중요한 관건이었다.
따라서 그는 비밀리에 아부니달 테러리스트 조직을 만들어 그의 적들을 암살하도록 하였던 것이다. 동시에 그러한 폭력적 암살 조직이 존재함으로 인하여 아라파트 자신은 온건 세력으로 비추어지게 하는데 성공하였다. 아라파트는 영어로 외국의 외교관들에게는 평화를 거론하면서, 자신의 동족에게는 아랍어로 이스라엘은 결국 망할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가 노벨평화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마키아벨리만이 이해할 수 있는 아이러니일 것이다.
3. 마키아벨리의 마지막 역설
부패가 자유주의 국가를 집어삼키게 되면, 좋은 전통관습과 좋은 법체계간의 상관관계는 무너지고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지도자들이 권력을 잡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강력하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역설적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자유(혹은 기업)를 보존하기 위해 무시무시한 조치들을 취하는 독재자의 지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극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 지도자는 종종 국가를 보전하기 위해 도덕, 자비, 종교 등에 역하는 행동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이 부분에서 마키아벨리를 오해한다. 실제 마키아벨리는 전제 군주를 진심으로 싫어하였고, 그의 정력을 전제 군주를 제거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데 바쳤다. 다만 짧은 기간 철권 통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그의 주장은 최악과 차악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다만 바람직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잠시나마 악한 행동에 의지할 필요가 있는 것처럼, 때때로 독재가 자유의 유일한 희망일 때가 있는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부패한 국가에서 자유를 확립시키고자 한다면 정부의 형태를 공화제가 아닌 군주제로 바꿀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단순한 법의 힘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인간의 광란은 제왕적 힘에 의해서만 통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들은 부패한 기업은 독재적인 방식에 의해 가장 효과적으로 회복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기업이 파산 위기에 처했을 때 받게 되는 법정관리는 좋은 예이다. 문제는 적합한 지도자, 다시 말해 바람직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꺼이 악도 행할 수 있는 선인을 찾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이는 대체로 선인은 악행을 싫어하고, 악한 사람은 바람직한 목표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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