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어 공부, 이렇게 하면 반드시 죽 쑨다
영어 잘하는 인간들의 성공담을 써 놓은 책을 보면 우선 주눅부터 든다. 왜 그렇게 다들 대단하고 별났는지, 길가는 외국인을 보는 족족 잡아 세워 영어로 말을 걸었다는 둥, 수업 시간 필기를 모두 영어로 받아썼다는 둥, 생각을 죄다 영어로 해버릇 했다는 둥, 하나같이 나 같은 보통 사람으로는 그대로 따라해 봐야 기어이 미치겠다는 생각만 들고, 영어에 미치기 전에 사람이 먼저 미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영어를 잘하려면 자신감이 필수라는데, 그나마 가졌던 자신감마저 잃게 하는 책이라면 “대단한” 성공 비법을 숨겨 놨다 하더라도 조용히 덮는 게 상책. 안타까운 건 오늘도 대형서점 외국어 코너에서 많은 사람들이 눈을 부릅뜨고 타산지석 삼을 영어 책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이렇게 하면 실패한다’를 살펴보자. 적어도 안 되는 걸 하는 수고는 덜 수 있으니까.
곧 죽어도 독학파, 허구한 날 학원 의존파
곧 죽어도 독학파가 있다. 이들은 공부란 자고로 혼자서 알아서 해야 한다는 기특한 생각에서 출발한다. 대체로 학원 수강이나 어학 연수는 돈만 버리는 “쓸데없는 짓”이라 여기며, 그 돈으로 차라리 영어 잡지나 테이프를 구입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공부에 죽기 살기로 매달려도 기대만큼 결과가 나와 주지 않으면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한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난 안 돼.”의 덫에 빠져 평생 영어에 한을 품고 살게 되기도 한다.
반면 학원을 제 집처럼 드나드는, 허구한 날 학원에만 의존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학생 학원 의존파의 경우, 학교 강의는 빼 먹어도 학원 수업만큼은 사수해야 마음이 놓인다. 등록금보다 많이 드는 학원비? 영어를 위한 당연한 투자니까. 이들은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학원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원에 대한 집착과 의존도가 무지하게 높다. 그러면서도 상대적으로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은 매우 적은 편이다. 아예 없는 경우도 적잖다. 영어 실력이 늘지 않으면, 그건 학원 탓이라 결론을 내리고 가차없이 학원을 옮기기도 한다.
Miss A - 잘난 척 하려고 영어를?
나는 가끔 똑같은 꿈을 꾼다. 내 유창한 영어 실력에 남들이 입을 쩍 벌리고 침을 흘리며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 나는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영어를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이왕이면 어느 날 갑자기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해 주고 싶었다. 우선 대형 서점에 가서 잘 팔리는 책들을 골라서 독파하기로 했다. 거기에 나온 대로만 하면 난 웬만큼은 되겠지 했는데...
이런 경우 웬만큼 되지 않으면 십중팔구 또 다른 교재를 찾아 헤맨다. 확실한 비법을 제시해 주는 책이 나타나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며, 혹시나 샀다가 역시나 덮을지라도 영어 관련 신간만 나오면 득달같이 사 놓는다. 영어로 된 것이라면 끊임없이 눈독을 들이고 거금도 아끼지 않는다. 그러다가 안 되면 대체 어쩌란 말이냐고 답답해한다. 어쩌긴 뭘 어쩌겠는가. 정신 차리고 하루라고 빨리 자기에게 맞는 영어 요리법을 개발하는 수밖에. 그러지 않는 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다.
영어를 혼자 공부한다는 건 말만큼 쉽지 않다. A양의 경우 자기만의 학습 비법이 없기 때문에 끝까지 가지 않을 공산이 크다. 또한 어느 날 갑자기 남들을 놀라게 하려고 영어 공부를 하겠다는 A양. 남에게 과시하고 싶어서 영어를 택했다면 막상 선택받은 영어는 그 허영심에 질려 삼십육계 줄행랑치고 말 게다. 영어는 언어다. 언어는 과시용이 아니다. 말은 해야 할 필요에 의해서 해야 한다.
Mr B - 무모한 계획과 조급함, 영어 망치는 지름길
그녀 앞에는 빡빡하게 적어 놓은 계획표가 놓여 있었다. 영어 못해 죽은 조상의 한이 씌웠는지 그녀는 신들린 사람처럼 Times를 읽고 TOEIC 책을 풀어댔다. 덕분에 난 내 발로 걸어가 Times 구독 신청서를 썼고, 울며 겨자 먹기로 TOEIC 책과 씨름을 해야 했다. ... 다음 날 그녀로부터 ‘영어회화 3개월 완전 정복’이라는 제목의 계획서를 받은 나는 함께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자야 하는 잠까지 설쳐가면서...
그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B군은 6개월도 못 돼 이별의 쓰라림을 맛봐야 했다. 그러나 여자를 찬 것은 B군이었다. B군이 견딜 수 없었던 것은 그녀가 세운 어떤 계획도 열흘이 채 못 간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번번이 새로운 계획을 가지고 나타나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것을 요구했고, 그러기를 수 차례, 결국 B군이 손을 들고 만 것이다. 주변에는 지키지 못할 계획 속에서 허덕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계획을 세우고 얼마 안 가 힘에 부쳐 숨이 턱턱 막힐 게 뻔하다. 숨통을 트려고 다시 새로운 계획을 짜지만 그 계획 역시 무모하기는 매한가지이다. 그녀가 작심삼일형이란 오명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은 지나친 조급함 때문이다. “일주일 만에 영어 단어 정복?” “3주 만에 완벽한 영어 청취?” 영어 전문가들도 유독 한 목소리로 강조하는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단기간에 영어를 끝장 낼 수 있는 방법은 절대로 없다.”는 것.
Miss C - 자존심이 밥 먹여 주나, 영어가 밥 먹여 주지
나는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도 언성을 높여 다그쳐 묻는다. 그러나 난 끝끝내 묵묵부답. 휴우, 나는 열두 명이 하는 영어회화 수업에서 20일 동안 그가 묻는 질문에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한 영어 학원에서 영어회화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영어로 대답을 안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발음이 안 좋아서”, “갑자기 멍해지면서 단어들이 따로따로 놀아서“, ”사람들 앞에서 망신 당하고 싶지 않아서“라는 대답들이 나왔다고 한다.
C양은 명문대 영문과를 거뜬히 입학한 수재이다. 고등학교 내내 영어는 줄곧 만점, 대학 입학 후 고등학생 영어 아르바이트, 오빠의 미국 친구와 e-mail 펜팔을 대신 읽고 써주는 등 실력이 있었다. C양은 명색이 남들이 부러워하는 명문대 영문학도인데 영어로 자신 없이 더듬거리는 모습을 보여 주기가 자존심 상했던 모양이다. 읽기 중심의 교육으로 말하기는 젬병이다.
C양은 스스로 주제를 파악해야 한다. C양이 잘하는 것은 영어의 읽기와 쓰기일 뿐이다. 말하기는 제대로 배운 적도, 훈련받은 적도 없으니 현실을 직시하고 “말하기”에 있어서는 자신이 왕초보임을 인정한다면, 영어로 좀 더듬거리고 버벅댄다고 해서 부끄러워할 것도, 자존심 상해할 것도 없다.
Mr D - 학원에 뿌린 돈이 얼마인데
어찌 보면 내 대학시절의 대부분을 학원에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얼마 전에 치른 TOEIC 시험에서 나는 간신히 700점에 턱걸이했을 뿐이다. 그뿐인가. 미국으로 이민 간 일곱 살짜리 사촌동생과 겨우 5분 전화를 하는데 나는 그 애의 영어를 반도 못 알아들었다.
물론 D군은 철석같이 학원을 믿었던 만큼 실망감이 클 수도 있다. 학원에 갖다 뿌린 돈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지기도 할 게다. 그러나 학원 입장에서도 할 말이 있을 법하다. “학원은 영어를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지 영어를 잘하게 해 주는 곳이 아니에요. 학원에 와서 앉아만 있으면 영어 실력이 저절로 느는 줄 아는데 그건 말이 안 되죠. 배운 내용을 몸으로 습득하려는 자기만의 노력이 있어야 해요.“ 아무리 잘 가르치는 학원이라도 누구나 영어를 잘하게 해줄 수는 없다. 자신을 유창한 영어 실력의 소유자로 만들어주는 것은 학원이 아니라 학원 수업 내용을 완전히 소화시키려는 스스로의 노력과 의지이다.
Mr E - 생활 영어가 된다고? 그럼 뭘 더 하지?
내가 카투사에 목을 메고 지원한 건 오로지 영어를 잘해 보겠다는 일념에서였다. 중학교 때 아버지 사업차 캐나다에 머무를 기회가 있어 기본적인 회화는 가능하였기에 미군 중대장 밑에서 운전병 노릇을 하는 데는 그다지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군생활 6개월이 지났는데도 내 영어 실력은 진전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판에 박힌 생활이라 쓰는 표현들이 거기서 거기고, 사적인 대화를 나눈다 해도 그 대부분이 음담패설이나 농담이니, 심오한 영어의 세계에 빠져드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는 E군과 같은 부류가 영어 공부에 어떻게 더 박차를 가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어영부영 보내다가 그나마 있는 영어 구사 실력마저 도태시키기도 한다. 0점에서 50점에 이르기보다 50점에서 100점에 이르기가 더 어려운 것처럼, 이 단계에서는 보다 체계적인 공부와 훈련이 요구된다. 영어 소설 1백 권 읽기, 영어 신문 꼬박꼬박 읽기, 전공에 관련된 영어 서적 20권 탐독하기, 미군에게 영어 편지 50통 보내기 등등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하나하나 달성해나가는 기쁨을 누려 보자.
2. 영어 공부에도 왕도는 있다
영어 공부에 실패는 있을지언정 영어에 구제불능인 사람은 없다. 또한 외국 경험 없이 한국에서만 공부한 영어 실력만으로도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 물론 영어 표현의 뉘앙스, 정확한 사용 방법, 발음, 인토네이션까지 제대로 파악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수반되어야겠지만, 미국이나 캐나다로 연수를 간다고 해도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비롯해 그에 상응하는 노력이 요구되므로, 일정 수준까지는 한국에서의 영어 공부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한국에서의 영어 공부를 쓸데없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그런 생각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왜 영어를 배우려는지 모르겠다면 당장 영어를 포기하라
성공적인 영어 습득을 위해 중요한 첫발은 내가 왜 영어를 하려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영어를 배워서 무엇에 쓰려고 하는가? 이 구체적인 질문에도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구체적인 필요가 느껴질 때까지 공부를 유보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영어를 배우려는 목적에 따라 영어를 공부할 방법도 결정된다. 목적이 구체적일수록 더욱 효과적인 영어 공부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반대로 막연히 영어를 배우려는 생각은 시행착오에 빠지기 쉽다.
30일 안에 끝낼 수 있는 영어는 없다
어떤 목표를 세우고 ‘한두 달 안에 끝장을 보리라!’ 같은 비장한 마음을 먹지 않기 바란다. 이런 건 지레 질려버리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이다. 그러나 기간이 너무 길면 중도에 싫증이 날 수 있으니 1년이나 1년 반 정도를 투자 기간으로 정하는 게 좋다. “1년 반 안에 외국 사람과 일상적인 대화를 할 수 있게” 혹은 “365일 안에 미국 고객을 만나 비즈니스 상담을 할 수 있게” 등의 구체적인 목표와 그 목표 달성 기간을 잡아 놓고 보면, 그렇게도 주눅들게 하던 영어라는 거대한 덩어리의 모서리가 만져지는 느낌이 들 게다.
효과적인 계획, 4분기 영어 학습법
영어 공부를 반드시 4분기로 나누어야 할 필요는 없다. 세 토막 혹은 다섯 토막을 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각 토막마다 그 기간 안에 완수해야 할 보다 구체적인 단기 목표를 설정하는 것뿐. 나는 4분기를 나누어 짠 계획으로 짭짤한 효과를 보았다. 그 다음 단계는 각각의 분기에 배분된 매월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하고, 그런 다음 각 주마다 무엇을 할지, 매일 무엇을 할지 세세하게 적는 일이다. 과욕을 부려서는 안 된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지 “주제 파악”이 최우선이다. 하루에 4시간 투자하는 것이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사실 요즘같이 바쁘게 사는 사람들에게 네 시간이 어디 될 만한 일인가. 무모하게 뛰어들어 자폭하느니 처음부터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하는 편이 현명하다.
3. 나만의 “왕도”를 찾아서 - 홀로서기
1분기나 2분기까지는 혼자서가 효과적
학원에서 배우는 영어회화나 CNN 뉴스, AFKN 수업 따위가 실제 도움이 되려면 어느 정도의 사전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천차만별로 다른 수준의 학생들이 몰려오는 학원에서 개개인에게 적합한 저마다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란 불가능하다.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는다. 영어 공부를 하고 간다는 뿌듯함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지만 불행하게도 배운 건 전혀 없다. 따라서 학원과 같은 외부의 도움에 손을 뻗기 전에 반드시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기본적으로 많이 쓰이는 단어와 표현들은 독학으로 미리 습득해 둔다. 단어와 회화 구문을 익히는 건 혼자서도 충분하다. 어휘력을 일정 수준에 도달하도록 만들려면 혼자 공부하면서 되는대로 많은 단어와 구문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듣기의 경우도 마찬가지. 지금 영어 방송이나 테이프에서 단어 몇 개 정도만 들리는 수준이라면 혼자서 공부하는 편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나 홀로 공부. 외부적 강제력이 부여되지 않는 자기와의 싸움, 여기서 이긴다면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영어를 포기하지 않을 저력이 확보된 셈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나름대로 영어 습득의 요령도 터득할 수 있다.
듣기와 읽기를 중심으로
회화의 경우 외국인에게 말을 건넬 수 있다고 해서 영어 구사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그런 착각에서는 빨리 벗어날수록 좋다. 외국인과의 의사 소통이 가능하려면 우선 상대방의 말에 귀가 열려야 한다. 제대로 “말하기” 위해서는 정확히 “듣기”가 우선되어야 하는 셈이다. 유창한 회화는 말하기가 아닌 듣기에서 출발한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중고등학교 때 치중한 읽기, 그러니까 독해와 문법이 영어를 잘 들리게 하는 데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실제로 문법을 알고 단어, 구문, 문장을 읽어 내려갈 줄 아는 능력은 회화를 하는 데도 아주 중요하다. 보다 쉽게, 많이 들리게 하기 위해서는 많이 읽어야 한다. 귀가 트일 날을 고대하며 듣기만 고집하는 사람은 집에 있는 아무 영어 책이나 펼쳐 들고 얼마나 읽을 수 있는지 점검해 보라. “Thank you"나 ”How are you?" 따위를 금방 알아듣는 건 그만큼 그 구문을 많이 보고 익힌 덕분이다. 쏙쏙 알아듣기 위해 팍팍 읽는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듣기 - 뭘 어떻게 들을까?
우리 나라 사람들이 가장 자신 없어하는 분야가 바로 듣기이다. 듣기를 잘하려면 인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을 줄여서라도 이것만은 해야 한다. 꼬박꼬박 영어를 듣는 것. 이것을 하지 않으려면 영어 공부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 미국 영어를 접할 수 있는 두 가지 매체는 오디오와 비디오다. 먼저 오디오만을 사용해 듣기 연습을 하는 게 좋다. 최대한 듣기에만 집중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초반에 귀를 트이게 하려면 정확한 발음과 억양의 영어를 언제 어디서나, 되풀이해서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듣기용 테이프는 대체로 세 가지 종류가 있다.
- 기본 구문 테이프
“한국인이 꼭 알아야 하는 기본 표현 100개”와 비슷한 제목이 달린 것이 기본 구문 테이프다. 기본 구문 테이프는 평소 알고 싶었던 표현이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고른다. 하루에 1-2시간 정도씩 반복해서 듣는다. 첫 일주일 정도는 책을 보지 말아야 한다. 책을 보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내심을 가지고 빠짐없이 일주일 정도 들었다면 내가 얼마나 들을 수 있는지 가닥이 잡히게 된다.
완전히 귀에 들어오는 표현은 큰소리로 따라해 본다. 치사한 생각이 들더라도 최대한 미국 사람의 발음과 억양을 그대로 따른다. 몇 개의 단어 때문에 전체 파악이 안 되는 표현은 중간에 못 들은 단어를 일단 책에서 확인한다. 그런 후에 그 표현이 완전히 귀에 들어오는지 다시 들어본다. 적어도 사흘 정도 반복해서 듣는다. 감이 영 안 잡히는 표현이라도 섣불리 책부터 보지 않는다. 아무리 짜증이 나도 꾹 참고 일주일 정도 더 들어본다.
- 다이얼로그 테이프 듣는 법
기본 구문 테이프를 듣는 데 자신감이 생겼다면 스토리와 상황이 있는 다이얼로그 테이프로 넘어가자. 처음에는 너무 길지 않은, 네 개 내지 여섯 개 정도의 대화로 구성된 게 적당하다. 여기서 주목! 다이얼로그 테이프를 들을 때는 무엇보다 그 대화가 사용되는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세세한 부분에 신경을 쓰기 이전에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문장 하나 하나를 대화의 문맥 속에서 파악해 나가면 듣는 재미도 쏠쏠해진다. 재미가 붙으면 훨씬 수월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알아듣는 속도도 빨라진다. 그렇게 알아 낸 대화의 양이 점점 쌓이다 보면 영어로 말하는 데도 자신감이 붙게 된다.
이제 다이얼로그 테이프를 70-80퍼센트 이상 알아듣게 됐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보다 확실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 욕심 낼 차례다. 대화의 등장 인물 중 한 명이 되어 다른 한 명의 말을 듣고 자신이 대답해 본다. 그리고 반대로도 해 본다. 이런 연습을 통해 90퍼센트 이상의 듣기 효과를 볼 수 있다.
- 장문 테이프
장문 테이프는 AFKN의 시추에이션 코미디나 드라마, 뉴스 따위를 녹음해 놓은 것이다. 그러나 시원스레 다 알아듣기는 힘들다. 언어란 처음 어떤 사람의 발음이나 인토네이션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가능하면 듣기 연습을 할 때 속어와 은어, 사투리가 나오는 드라마보다는 표준어를 사용하는 다큐멘터리나 시사 토론을 듣도록 하자. 마음처럼 이해가 안 되도 될 때까지 되풀이해서 듣는다. 그 다음에는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표현이나 재미있는 표현들을 메모해 놓고, 큰 소리로 따라 읽어보자. 이렇게 일주일 정도 매달리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장문테이프를 들을 때는 받아쓰기를 함께 하는 게 좋다. 받아쓰기를 할 때는 우선 들리는 대로 적어 놓고 그 다음에 빈칸을 메우는 형식으로 연습한다. 순서대로 적으려고 막힌 부분에서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끙끙대지 말고 들리는 건 말이 되든 안 되든 무조건 받아 적는다. 그 사이에 놓친 부분은 일단 공백으로 놔두고 다시 들으면서 채울 수 있는 데까지 빈칸을 채워 본다.
표준어로 된 문장에 익숙해지면 그 다음에는 시추에이션 코미디나 드라마로 눈을 돌려보자. 이 경우 굳이 받아쓰기 태세를 갖추지 않아도 된다. 코미디나 드라마를 통해 실제 미국 사람들이 평소에 쓰는 표현과 말투, 제스처 따위를 습득해야 한다. 한 프로그램에서 80퍼센트 이상이 들리게 되면 그때는 과감히 다른 프로그램을 넘봐도 괜찮다.
재미있게 읽기, 자신 있게 쓰기
재미있게 읽으려면 관심 분야의 글, 계속해서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글이어야 한다. 그러나 너무 수준이 높으면 곤란하다. 욕심만 앞서 어려운 책을 고르면 낭패보기 쉽다. 수준에 맞지 않는 글은 아무리 계속 읽으려고 인내심을 발휘해 봤자 오래갈 수 없다. 처음 선택은 자기 수준보다 조금 낮은 것이 좋다. 미국 초등학생, 중 고등학생들이 읽는 책들을 읽어보면 숙어나 어려운 단어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술술 읽어 내려가면서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자, 그러면 어떻게 읽을까? 책상 위에 읽고 싶은 영어책, 잡지, 신문 따위를 올려놓았는지? 그렇다면 이제 책을 펼쳐 들고 15분쯤 통독해 보자. 당연히 1분도 안 되어 모르는 단어가 툭툭 튀어나올 테고, 5분도 안 되어 도저히 알 수 없는 문장들이 고개를 쳐들 게다. 사전에서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고 싶은 강한 충동 역시 솟구치겠지. 그래도 제발 15분 정도까지는 그 충동을 참으시기를, 이때 사전을 찾지는 않아도 모르는 단어에는 밑줄을 그어 가며 읽는다. 처음부터 사전 찾기에 매달리다 보면 대번에 글에 대한 흥미를 읽게 될 뿐 아니라 글의 전체적 윤곽을 파악할 수도 없다.
사전이란 죽어도 모르겠다 싶을 때 마지못해 찾는 것이어야 한다. 이렇게 단어는 무시한 채 15분쯤 읽어 나가다 보면 소단락의 윤곽은 웬만큼 잡힐 것이다. 그럼 한번 영어로 소단락의 주제나 그 단락이 주는 정보를 요약해 보자. 잘 안 되고 어렵더라도 일단 부딪쳐 보자. 그냥 읽은 상태에서 요약까지 했다면 일단 읽기-쓰기의 반은 성공한 셈이다. 이제 다시 예문으로 돌아가 단어나 구문을 사전이나 주위 사람의 도움을 통해 정확하게 알아낸다. 사전은 영영사전을 활용하는 게 좋다. 영한사전의 경우 의미가 잘못 수록된 경우, 거의 쓰이지 않는 의미를 가장 앞에 수록해 놓아 마치 그것이 대표인양 착각하게 만드는 경우 등 좋지 않은 점이 있기 때문이다.
듣기와 말하기
듣기와 읽기를 열심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영어로 말할 수 있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다. 내 경우, 자연스럽게 영어가 튀어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읽기 연습과 훈련이 필요했다. 들으면서 큰 소리로 따라했던 체험, 눈으로 읽으면서 소리내어 읽었던 노력들이 말문을 여는 데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 또 혼자 거울 앞에 서서 거울 속의 나와 영어로 대화를 나눴다. 아무 말이건 편안히 되는대로 내뱉을 수 있었다. 거울 속 파트너와의 대화가 지겨워질 때까지 신나게 떠들어 보자.
4. 나만의 “왕도”를 찾아서 - 가자, 학원으로!
학원, 그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
학원은 자연스레 영어를 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준다. 다시 말해 학원은 본격적인 말하기의 장이다. 좀 과장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대한민국 사람 치고 영어 학원 한번 거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학원을 다녔거나 지금 다니고 있다 해도 영어 실력이 늘기는커녕 돈만 날렸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런 경우는 대개 “혼자 공부하기”의 과정 없이 전적으로 학원에만 의존한 경우이다.
- 어떤 수업을 들을까
학원은 TOEIC이나 TOEFL 류의 테스트 위주 수업을 하느냐 아니면 회화 위주의 수업을 하느냐에 따라 테스트 학원과 회화학원으로 나뉜다. 시험을 잘 치르려면 마땅히 테스트 학원에 다녀야 하겠지만 우리의 당면 목표인 “영어 실습”을 위해서는 회화 전문 학원을 선택하는 편이 좋다. 회화 전문 학원 수업은 대개 한국인 회화 수업, 미국인 회화 수업, 청취 수업 따위로 이루어진다. “홀로 서기”를 거친 사람이라면 스스로의 목적에 맞게 어느 것이나 선택해도 괜찮지만 그래도 뭐가 좋겠냐고 다그쳐 묻는다면, 미국인 회화를 신청해 들으라고 하겠다. 미국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들으면서 그때까지 습득한 영어를 수업 시간에 활용해 “영어 실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심리적으로 영 부담이 되어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는 사람이라면 처음 두 달 가량은 한국인 강사와 함께 영어 실습을 한 후 미국인 강사를 만나보는 것도 좋다.
- 어떤 레벨을 들을까
처음에는 자기 수준보다 약간 낮다 싶은 레벨을 택하는 게 좋다. 그래야 스스럼없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고 강사에게 최대한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자기 수준보다 약간 낮은 레벨이란 어느 정도일까? 다행히 대개의 학원에서는 청강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일단 학원에서 받은 레벨 테스트를 참고로 하여 그 레벨이나 그 레벨보다 한 단계 낮은 수업을 청강해 본 다음 부담스럽지 않은 수업을 선택한다.
본격적으로 입을 열자
중요한 건 수업을 듣느냐보다 어떤 자세로 수업에 임하느냐이다. 대개 한 클래스는 열 둘에서 열 여섯 명 정도로 이루어진다. 의욕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한 시간 내내 입 한 번 못 떼고 앉아만 있다가 그냥 집으로 돌아오기 십상이다. 이렇게 학원을 다닐 바에는 차라리 안 다니는 게 낫다.
미국인 강사와 대화를 할 때는 처음에는 혼자 테이프나 AFKN을 통해 습득한 표현을 주로 써먹는다. 대화가 진척됨에 따라 습득한 표현을 확실히 몸에 익히거나 새로운 표현을 배우게 된다. 말하자면 혼자 갈고 닦은 영어 표현들을 미국인 강사를 파트너 삼아 실습하는 것이다.
학원 100 퍼센트 활용법
오랜 기간 학원을 다니려면 함께 회화를 듣는 학생들과 친해지도록 노력하자. 그러면 수업에 잘 빠지지 않게 되며 “유창한 영어 구사”라는 같은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이니 만큼 스터디 그룹을 짜거나 서로 회화 파트너가 되어줄 수도 있다. 학생들과 친해지면 다음 포섭 대상은 바로 미국인 강사이다. 일대 일로 접할 기회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영어에 노출되는 기회도 많아진다. 강사들을 너무 괴롭히지 않는 선에서 그들에게도 즐거움을 주면서 내 실속을 차리는 나름의 노하우를 개발해야 한다.
학원 생각만 해도 두드러기가 난다면
누구나 날마다 학원에 들락거릴 시간과 여유가 있는 건 아니다. 게다가 학원 자체를 질색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사람들은 나름대로 대안을 찾아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회화 파트너를 만드는 것이다. 외국인 회화 파트너를 정기적으로 만난다면, 학원에 날마다 나가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오히려, 외국인 강사가 단독으로 나에게만 관심을 쏟아 준다는 점에서 학원 수업보다 더 효과적일 수도 있으나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단점이다. 돈이 없는 사람은 간혹 한국말을 배우고 싶어하는 외국인들과 만나 영어를 배우면서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다.
또한 고정적인 시간에 외국인이 집으로 전화를 걸어와 30분 정도 대화를 나누는 전화 서비스가 있는데 내 쪽에서 적극적으로 말을 할 수만 있다면 상당히 효과적으로 말하기 연습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상적인 전화 수업은 처음 5분은 가벼운 대화, 8분은 어제 배운 패턴을 주로 사용해 말하기, 15분은 새로운 패턴에 대해 설명 듣고, 그 패턴을 사용해 말하기, 그리고 나머지 3분은 가벼운 대화로 마무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좀 궁색하기는 하지만 나와 똑같이 더듬거리는 영어를 구사하는 토종 한국 사람을 회화 파트너를 선택해 하루 30분 정도씩 꾸준히 연습해 보는 것이다. 아주 탁월한 방법이라 할 수는 없어도 그 효과는 생각보다 괜찮다. 물론 한국 사람의 발음이 부정확하니 영어 테이프나 비디오를 계속해서 듣고 보면서 고치는 작업을 병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