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을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 ‘친절’ – 『위대한 변화를 이끌어 내는 아주 작은 친절의 힘』 서평
우리는 때때로 ‘세상이 너무 각박하다’는 말을 한다. 길을 가다 누군가와 어깨가 부딪혔을 때, 사과보다는 날카로운 눈빛을 먼저 주고받는 요즘, 우리는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데이비드 R. 해밀턴의 『위대한 변화를 이끌어 내는 아주 작은 친절의 힘』은 그런 질문에 매우 따뜻하고도 과학적인 대답을 던져주는 책이다.
진심어린 관심이 사라진 사회
해밀턴은 책의 서두에서 우리가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 우리가 느끼는 혼란과 냉담함의 근원임을 지적한다. 저자는 묻는다. “왜 우리는 다른 사람을 챙기는 일이 그렇게 중요한지를 잊고 살아갈까?”
사실 친절은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고 있어서 오히려 쉽게 간과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아주 사소한 친절도 누군가의 하루, 나아가 삶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다. 가령,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를 위해 버튼을 눌러주는 일, 바쁘게 걷는 사람에게 문을 잡아주는 일, 길에서 마주친 낯선 이에게 미소를 건네는 일이 그렇다. 우리가 모두 경험했듯, 이런 작지만 따뜻한 순간은 그날의 기분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
‘카르마’는 진짜 존재한다?
해밀턴은 종교적이거나 신비주의적인 개념의 ‘카르마’를 현실적인 언어로 풀어낸다. 그는 “카르마는 존재한다”고 말하면서, 이를 ‘이기적 이타주의’라고 부른다. 내가 오늘 누군가를 도왔다면, 언젠가는 누군가가 나를 도울 수 있다는 상호적 인간관계를 말한다.
실제로 우리는 도움을 준 사람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게 되고, 이는 다시 도움을 베풀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뇌 과학적으로도 이는 설명된다. 친절을 베풀거나 받을 때 분비되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은 ‘행복 호르몬’이자 ‘유대 호르몬’으로 불린다. 이 호르몬은 인간의 유대, 신뢰, 사랑, 안정에 깊이 관여하며 심지어 혈압까지 낮춘다고 한다.
‘영웅’은 망토를 입지 않는다
책 속에는 한 사람의 따뜻한 행동이 얼마나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실제 사례도 소개된다. 바로 1939년,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유대인 아동 669명을 구조한 영국인 니컬러스 윈턴의 이야기다.
그는 주식 중개인이었지만, 체코에 있는 유대인 아이들이 전쟁의 참화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그들을 영국으로 탈출시킬 기차를 마련하고, 위탁 가정을 연결하고, 각종 서류를 정리하며 구조 작전을 펼쳤다. 그의 행동은 당시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십 년이 지나 방송을 통해 밝혀졌고, 결국 그는 영국과 체코로부터 훈장을 받는 등 영웅으로 인정받았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영웅이란 거창한 일을 한 사람만을 말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저자는 말한다. “아이의 상처에 밴드를 붙여주는 엄마, 다투고 낙담한 친구 옆에 조용히 앉아주는 친구, 힘든 하루를 마친 룸메이트를 위해 TV를 끄는 사람, 이들이 모두 평범한 영웅이다.”
평범한 친절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힘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일상적인 친절’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위대한 행동’을 해야 한다는 부담에 짓눌려 친절조차 망설인다. 하지만 해밀턴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친절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적 행동이라고 말한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것, 문을 잡아주는 것,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는 것, 감정적으로 힘든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는 것.”
이런 아주 작고 평범한 행동들이야말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진짜 힘이다.
친절은 건강을 바꾼다? – ‘영웅 호르몬’ 옥시토신
이 책은 단순히 감성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해밀턴은 과학적 근거를 통해 친절이 심장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표적인 것이 옥시토신과 산화질소의 상호작용이다. 옥시토신은 사람과의 유대, 사랑, 친절 등의 감정을 자극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데, 이는 다시 산화질소의 방출을 유도한다. 산화질소는 혈관을 이완시켜 혈압을 낮추고, 심혈관계 건강을 향상시킨다.
그렇다. 가슴으로 실천하는 친절이 심장을 건강하게 만든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면 우리의 뇌와 몸은 이에 반응하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친절은 단순한 ‘도덕적 행위’가 아니라 우리 몸과 마음을 모두 치유하는 실질적인 도구다.
‘작은 친절’은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메시지 중 하나는 “친절은 확산된다”는 점이다. 누군가에게 친절을 받으면 그 친절은 그 사람을 통해 또 다른 사람에게 전파된다. 이는 일종의 사회적 연쇄 반응이다.
실제로 실험을 통해, 친절을 받은 사람은 이후 낯선 사람에게도 더 친절한 행동을 보인다는 결과가 다수 입증되었다. 이는 곧 한 사람의 친절이 사회 전체에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해밀턴은 이를 ‘친절의 전염력’이라고 표현한다.
우리가 세상을 바꾸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우리 모두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거창한 결심이나 위대한 목적이 아니라, “지금 내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어떤 친절을 베풀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 친구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
- 식당 직원에게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
- 길을 묻는 사람에게 자세히 안내해주는 것
- SNS에서 누군가의 게시물에 긍정적인 댓글을 다는 것
이 모든 것이 하나하나 작은 ‘영웅적 행동’이다.
마무리 – 친절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위대한 변화를 이끌어 내는 아주 작은 친절의 힘』은 독자에게 묻는다. “세상이 조금 더 나은 곳이 되기를 바라는가?” 그렇다면 정답은 단순하다. 친절하라.
이 책은 ‘친절’이 더 이상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일깨운다. 나와 타인을 위한, 그리고 우리 사회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점에서, 친절은 우리 삶의 가장 기본이자 강력한 무기다.
당신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큰 혁명은, 아마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한마디를 건네는 것일지도 모른다.